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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Feb 27. 2022

고래 커피, 카페 고래

고래가 뿜어 올린 바닷물을 받아서

"고래 커피 한잔 더 주세요."


남애항이 바라다 보이는 카페 창가에 젊은 남녀가  앉아있고, 그들 곁에는 비숑프리제가 낑낑거린다. 요즘 핫플이라는 사천해변 고삼 살롱이 목적지였지만 건물만 바라보다 남애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번화하고 화려한 장소보다 조용히 바다 멍에 빠져,  맛있는 커피 한잔 여유 있게 마실수만 있다면 카페가 한 뼘이라도 나는 그게 더 좋기 때문이다.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삶

세상 더없이 좋은 별

반려견 별이를 키우며 주말마다 산에 오르던 정이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카페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사람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아니 사람의 감정과 다른 느낌의-따뜻한 마음을 주고받기도,  곳곳에 숨어있는 자잘하고 우울한 감정까지 치유를 받는 것을 경험한다.


아침에 일어나 영양제를 섞어 밥을 주고, 30분 정도 같이 뛰며 놀아주다 보면 나도 별이도 기분이 좋아지니,  출근하는 마음이 무겁지 않다. 퇴근 후 매일 한 시간 반씩 산책시키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구차니즘이고, 일단 현관문을 나서면 펼쳐지는 별이의 세상에 같이 동화된다. 자연스럽게 걷기 운동 하게 된다.


친구들 냄새를 맡으며 나도 여기 다녀갔다는 표시를 하고,  좋아하는 장소나 친구를 보면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는데(별이는 유독 붙임성도 좋고 사교적이라,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애교 많고 귀엽고 순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고, 바닥에 눕고, 빙글빙글 돌며 혀기 빠지도록  좋아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웃음이 헤프게 쏟아진다.


세상 더없는 행복한 별


사천해변에서 노는 별

반려동물 가족들과 만나면 남녀노소 불문  마스크 속  그들 얼굴은 몰라도,  어떤 말도 고 편하게 건넬 수 있고 장시간 대화도 가능한데, 신기한 것은 내가 만난 반려 가족 거의 대부분이 예의 바르고 참 따뜻한 사람들임을 느꼈다는 거다. 여전히 만나는 새로운 누군가도 그렇다. 물론 반려견이 아닌 그야말로 애완견으로 또는 과시용으로 키우는 소수의 사람들이 키우다 싫증 나면 장난감 버리듯 유기해, 길거리를 떠돌며 살아야 하는 슬픈 운명이 처하는 아이들도 많다. 18년을 살다 간 첫아이 요크셔테리어 여울이의 투병생활을 1년간 지켜보고 함께하면서, 몰라서 못해주고 알면서 못해준 것들을 별이에게 쏟아붓는 중이다. 별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쓰게 될 것 같아서 이만하고 바다를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도 모래가 곱고 면적이 넓은 그리고 인적이 드문 아침 바다를.,.

웃는 별

여행견으로 거듭나는 견생


사천해변을 달리는 별이 등이 자벌레처럼 굽었다 펼쳐지기를 반복한다. 너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은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멀리 달려갔다가도 양손바닥을 힘껏 부딪혀 소리 내며 '별~!'하고 부르면 바람을 가르듯 달려온다.  누군가 다정하게 불러주기라도 하면, 아니 다정하게 눈건네도 꼬리는 프로펠러처럼 돌아가고 할 수 있는 애교는 다 핀다.


첫 여행을 을왕리 바닷가로 갔고 해변에는 차 박 하는 몇몆외에 정말 아무도 없었다. 목줄을 풀자마자(사람들이 있으면 절대 안 푼다) 뛰는 별은 환상적이었다. 등산도 같이 해보고,  천변도 걸어보고, 애견카페도 가보았지만 모래 위를 달리는 것만큼은 아니었다. 파도와 장난을 치 갈매기를 쫓으며 노는 별이 모습에서 나를 보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훨훨 날아 자유롭게 떠돌다 가는 걸까. 나는 별이를 여행견으로 키우며 내 삶을 변화시킨다.


고ㆍ래ㆍ커ㆍ피

통유리 너머 풍경

사천해변이 봄이었다면 남애항은 한겨울이다. 매서운 바람이 사납게 달려드는데 고래 모양을 한 건물은 썰렁하다. 미심쩍은 마음으로 3층에 오르니 바로 카페다. 문을 열자마자 로스팅 기계와 주방이 보이고(들어오는 입구가 두 군데인데, 바다에서 직접 외부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루프탑으로 연결된다) 두 개의 통유리를 통해 에메랄드빛 바다와 거북 모양을 한 바위가 보인다.

통유리에  앙증맞은 고래가  흔들거리는 카페는 작고 아담다. 그리고 너무나 예뻤다. 창가 빈자리에  별과 내가 앉는다.


"고래 커피 주세요."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한다. 고래그림이 있는 200ml 정도 되는 유리잔에 담긴  커피는 새하얀 거품을 물었다. 고래가 뿜어 올린 바닷물로 만들었을까.


"젓지 마시고 크게 드세요."


크게 마시는 건 뭘까. 입을 크게 벌리고 앙 하고 마셔야 하나. 속이 빈 얼음조각 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고래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거품을 슬쩍 입술에 묻힌 후 혀로 핥아  입천정에 바른다. 고래 잔을 잡고 입안에 크게 붓는다. 거품과 커피가 쏟아져 들어온다. 몽롱했다 진심으로. 그것도 너무나.

별과 나

사람을 가장 기분 좋은 꼭짓점에 다다르게 하는 맛에 경탄했다. 짭조름한 소금 고소한 크림과 달콤한 설탕이 만나 혀에 감겨 입안을 한 바퀴 휘저은 후, 목젖을 타고 흘러 위장에 퐁당 빠지며 남긴 잔향은 일상의 허무와 갈증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나는 언제나 뜨아나 따아 마니아였다(뜨거운 아메리카노, 따뜻한 아메리카노) 지금부터 취향이 바뀔 예정이다.

아이! 잠시 한눈파는 사이 별이 입에도 거품이 묻었다. 별이는 커피 좀 나눠 마시자며 떼를 쓴다.

얼음 조각을 입에 물고 바닥에 남은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힌다. 아, 이게 크게 마시는 건가. 와그작 깨진 얼음이 커피에 섞여 다시 목젖으로 달린다.


"고래 커피 한잔 더 주세요!"


바다는 참 예뻤고, 커피는 몽롱했다. 그리고 나와 별은 행복했다. 통유리 너머 바다 위에 작은 배가 물살을 가르고 갈매기가 날아오른다.

루프탑 전경


고래 커피는요~~
카페 고래 시그니처 음료예요.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직접 만든 수제 크림과 소금이 얹힌 단짠 커피인데 아이스만 가능해요. 엄청 맛있어요

#사진ㅡ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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