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Emilio Oct 13. 2022

'조용한 퇴사'에 대한 생각(1)

직원 개인 측면

대 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라는 단어가 관심을 받고 있다. 대략적인 의미는 직장에서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성공을 꿈꾸지 않고, 여가를 활용해서 자기 삶에 더 충실히 하고자 한다. 왜 이런 단어가 튀어 나온 것일까? '기성 조직'의 한계, 개인의 달라진 니즈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storyset at freepix



첫째, 조직의 성장세 하락이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축소한다. 커져 버릴 대로 커진 조직에서 이제 더 이상의 확장은 어렵다. 새로운 신생 조직은 없고, 자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에서부터 버티기에 들어간다. 아래에서 올라갈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가능해 보이지 않는 결말을 꿈꿀 사람은 많지 않다.


둘째, 조직 내 인사 평가에 대한 공정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개인의 성장 욕구는 역대 최고지만, 평가 공정성은 개선 속도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 공정성은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놓아야만(권력을 분산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인사 혁신은 이뤄지지 못한다.


셋째, 조직 운영의 유연성은 개인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원격근무와 관련한 갈등이다. 경영진은 이렇게 해도 일이 제대로 될까 하는 불안감이 있고, 직원은 답답한 마음으로 이를 쳐다본다. 실은 통제권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고, 코로나 사태로 확보한 자율성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바닥에 흐른다. 조직과 개인의 충돌과 부조화에 따른 현상인 만큼 양측 모두의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성 조직의 이슈는 구조에서 기인한 만큼 단시간 안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개인 측면에서 먼저 살펴 보고자 한다.


'받는 만큼 일한다'라는 말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게 들린다. 노사는 '노동계약'을 통해 시간과 노동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관계다. 원칙적으로 받는 만큼 일하게 돼 있었다. 승진을 위해서 더 일하게 강요된 측면이 있고, 개인 간의 경쟁도 과거엔 꽤나 있었다. 지금은 성공할 가능성이 작은데 몸 바쳐 일할 필요는 없다고 느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회사에서 하는 일이 진정으로 자신의 성장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기업 평판 사이트 블라인드를 종종 본다. 별점이 아주 낮은 기업이라도 이런 문구가 보인다. '워라밸은 가능한 회사' 여기서 말하는 워라밸은 칼퇴근을 말한다. 대부분 의미하는 바가 그렇다. 사실 워라밸은 일과 개인 둘 간의 조화이다. 조화가 되는 대상은 양립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워라밸 = 칼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회사 일과 개인 일을 '대립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마치 감옥에 있다가 퇴근 시간 '땡' 하면 자유인이 되는 사람처럼 말이다. '조용한 퇴직'에도 그런 느낌이 드는 건 과한 걸까?


개인의 발전을 위해 조직을 이용하든, 일과 외 시간을 활용하든 찬성하는 바이다. 주되게 일하는 공간에서 하는 일이 본인의 발전과 크게 상관 없는 것이라면 흥이 나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전 조직에서 성과를 낸 사람, 즉 검증된 사람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또한 '일한 만큼 일했다'라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판단한다는 것을 염두해둬야 한다. 앞으로 몇 년은 더 큰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다. 회사에선 누구를 먼저 내보낼까?


문득 요즘은 잠잠해진 '파이어족' 열풍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본다. 이른 나이에 빠르게 벌고, 빠르게 퇴직하자는 것인데, 우선 우리는 너무 오래 산다. 퇴직(?) 후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다. 그리고 빠르게 모으기 위해선 젊은 시절 궁핍한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투자를 통해 단기간 안에 큰 돈은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돈을 잃은 다수는 침묵하고 있기에 특이한 케이스가 부각되어 보일 뿐이다. 성공한 파이어족이란 사람들도 실상은 다니기 싫은 직장을 벗어났을 뿐이지, 돈을 벌기 위한 나름의 일(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거나 유튜브를 하거나)은 하고 있다. 결국, '하기 싫은' 일에서 탈출 하는 것으로 귀결되는데, 하기는 싫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쪽으로 도움되도록 하는 것이 파이어족이든, 조용한 퇴직이든 핵심이 돼야 한다.


당신과 평생을 가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전문성이다.


작가의 이전글 최고의 관리자가 최고의 리더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