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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것을 좋아하지만 옛 것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내게 이별은 늘 어려웠다. 내가 그의 손을 놓으면 혼자 남겨질 그는 잘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잘 이겨낼 수 있는데 그는 정말 괜찮을 수 있을까. 괜히 안쓰러워져 아무리 그가 나를 힘들게 해도, 우리의 관계가 이미 상해버렸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를 놓을 수 없었다.
당신은 언제까지고 내 마음 안에 살며 뿌리를 내리고 나는 끊임없이 당신이라는 뿌리에 걸려 넘어지며 뒤돌아보기를 반복하지 않을까, 그럼 그럴 때마다 돌멩이 하나가 목구멍에 탁 걸린 것 같은 기분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그런 당신을 목구멍에 가둔 채 내가 다른 사람을 보며 웃을 수 있을지, 그래도 되는지.
착각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그렇게나 소중한 존재였다면 서로를 이토록 힘들게 하진 않았을텐데. 잘난 척이다. 사실은 익숙해져 버린 그에게서 벗어난다는 게 막막하고 무서운 주제에. 자만이다. 나보다 그가 더 잘 지낼 수 있는 거였다. 그가 아닌 내가 돌멩이가 되어 그의 목구멍에 탁 하고 갇힐 수도 있는 거였다. 그런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내게 그녀는 말했다. 언니, 이별 안 해봤어요? 그냥 며칠 보고 싶고 눈물 나고 입맛 없다가 그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 지잖아. 그냥 헤어져요, 언니.
사실은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게 두려운 것임을 애써 모르는 척 아직 사랑한다는 너덜너덜한 거짓말을 핑계삼아 오늘도 이별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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