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중에 연락할게’ 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기다렸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는 건 분명히 무슨 사정이 있어서 라고 믿었다. 우리의 만남은 즐거웠고, 생기가 넘쳤고, 뜨거웠으니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혹은 나랑 밀당 중이라고 생각하며 잠 못 이룬 밤들을 다 세자면 아마 일 년이 넘을 것이다.
관계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늘 상대방이라고 믿었다. 알쏭 달쏭한 이 관계를 내가 끊어버린다면 정말 끝이 올 거라는 불안이었다. 미련하게도 이 사람의 마음이 내게 확실히 향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으면서 믿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아주 정확하고 확실한 거절의 의사를 들어야만 관계의 끝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잘못된 연애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만큼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 거야’ 라는 착각에 길고 긴 마음고생을 시작하며 열녀가 되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그것보다 내가 나 스스로를 더 사랑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렇게 아파하면서까지 당신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