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뜨는 인스타그램 돋보기 페이지를, 다른 이들의 포스팅을 하릴없이 내려보기만 하는
읽는 것도 아닌 그냥 넘기는 행위를, 안구를 통해 무언가를 보기만 하고 있는 그런 아침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의뢰받았던 향수 창작작업을 모두 다 마쳤습니다. 수십번의 조향 작업, 블러터와 피부 위 잔향 확인, 지인들을 초대한 시향회를 통해 나와 다른 피부타입을 가진 분들에게 착향 확인 작업, MSDS(화학물질정보)정리작업, 원가 계산, 전자 세금계산서 발행, 일정 확인 등.
하나의 작업이 끝나고 난 다음 날.
후련함이 들 만도 한데,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가야하는 작은 퍼퓨머리를 운영하는 지라 스케쥴이 빡빡하게 차 있어야 마음이 좀 편안해집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제품들도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로 예정되었던 기업강의들, 프라이빗 워크샵, 브랜드 행사 등이 모두 취소가 되어버리니 불안감이 넘실넘실 제게로 찾아옵니다.
사실 이미 불안합니다.
내가 아닌 코로나, 대북상황, 불황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대외적인 이유들로 마음이 불편해지나 봅니다. 저만 그런 거는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싶다가도 이번에는 내 안의 문제들을 들춰보게 됩니다. 내 선택이 맞긴 한 걸까. 부정적인 말들로 잘 안 될 거라고 말하던 그 사람들이 어쩌면 맞았던 것은 아닐까...하고요. 그러게 온 몸이 굳은 채 앞으로 나가기는 커녕 내일에 대한 희망을 그려보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그런 아침이 있습니다.
그런 아침에는 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향의 아침
심지어 공기의 온도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청량함도 시원함도 후덥지근함도...
거리를 걸어도 향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핀 꽃, 세상 무심하게 새롭게 돋아난 잎들도 아무런 향분자를 발산하지 않는 듯한 그런 아침이 제게도 찾아옵니다.
그렇게 향을 느낄 수 없는 날
마치 애완견이 불안장애행동으로 써클링(빙빙 도는 것)을 하듯 기억에도 안 남을 인스타그램 보기를 하는 증세를 보이는 내 자신을 인지할 때, 제가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