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군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지난 30년 동안 가장 큰 영향을 준 도구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 디지털 도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80년대 말 그리고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PC가 기업의 사무실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나 한글과 컴퓨터의 아래아한글 같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기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던 시절이었다. 이런 도구들로 인해 이전까지는 손이나 타자기로 작업했던 많은 문서들이 디지털로 전환되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과 파워포인트까지 사용이 확대되면서 생산성의 변화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디지털화가 되면서 자료를 찾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엑셀로 각종 숫자들이 관리되면서 계산 오류도 줄어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손으로 그렸던 차트나 보고 자료들이 파워포인트라는 도구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인터넷의 등장 또한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준 계기가 되었다. 바로 이메일로 대표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디지털화가 불러일으킨 변화였다. 이전까지 유선 전화를 이용하거나 필요한 경우 종이 문서를 우편으로 주고받으면서 업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이메일이 그 중심의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마음을 담아 전하는 편지를 전자적 매체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직장 동료 간 고객이나 파트너 간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이메일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생각한다면 인터넷과 이메일이라는 도구가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고 볼 수 있다.
2010년대 모바일 환경의 확산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과 같은 유선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환경으로 업무 환경이 옮겨오면서 생산성이 또 한 번 높아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 이메일은 유선 환경에서만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모바일 시대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바로 답할 수 있는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이 시장을 주도하기 전 블랙베리라는 스마트폰이 북미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이 있었다. 블랙베리의 핵심 기능이 바로 실시간 메시징 기능이었다. 특히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앞다투어 사용했다. 이제는 모바일 기반의 메신저와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업무용 PC 프로그램의 모바일 버전 등이 보다 진화된 업무 환경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2020년이 시작되면서 아시다시피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기업 근무 환경의 변화도 함께 불러왔다. 폴리콤이나 시스코와 같은 고가의 전용 장비를 통한 콘퍼런스 콜 또는 화상 회의가 줌(Zoom),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구글 미트(Meet)와 같은 모바일 중심 서비스로 전환되었다. 재택근무, 원격 근무 등의 업무 환경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비대면 화상 회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기업이 아닌 학교에서도 일어났다. 비대면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적은 규모의 강의는 모바일 화상회의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였고 대규모 수강생들 대상의 강의는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과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기도 했다. 커머스 분야는 더 과감한 변화가 일어났다. 온라인 커머스로의 이동은 기본이고 다양한 브랜드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이 주체가 되어 스트리밍을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로의 변화를 시도하였고 현재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고 있다.
최근 IT 기업을 중심으로 앞으로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를 점점 더 늘리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직원 만족도도 높고 업무 생산성도 크게 저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디지털 도구의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전보다는 훨씬 더 사용 범위나 서비스 측면에서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팅과 화상 회의 솔루션 그리고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이메일, 일정 공유 그리고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파일 공유, 문서 작성 및 공동 편집, 할 일 관리나 업무 관리를 위한 태스크 관리, 프로젝트 관리 도구 등. 지금까지 그 활용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분야에까지도 디지털 관리 도구가 도입되고 그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자사내에서만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회사 밖의 파트너나 거래처 협업 관계자들에게도 디지털 도구 이용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같은 문서를 공동으로 작성, 편집할 뿐만 아니라 상사나 동료의 댓글을 통해 중간 과정의 의견 청취도 바로바로 진행할 수 있다. 더 이상 문서 작성을 마무리한 후 공유하고 의견을 받아서 다시 수정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안 해도 된다.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업무 방향의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보다 효율화될 수 있다. 협업 도구로는 구글의 지 슈트(G Suite),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같은 도구를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분야는 바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은 개인용 도구가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나 슬랙(Slack) 같은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도구 또한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들 도구를 사용하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원격지에서 일하더라도 채팅과 같은 방식으로 대면하는 효과를 만들어준다. 이외에 기업 구성원들의 개인 정보와 조직 정보가 이들 도구들에 통합되면서 1:1 대화 이외에도 팀 미팅이나 부서간 회의 등이 그룹 채팅을 통해 가능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단지 원격 근무를 보완하기 위한 변화일까? 원격 근무로 인해 촉발되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일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개개인의 노하우라는 미명하에 디지털화를 알아서 했던 것이 이제는 전사적 과제로 올라오는 계기를 만들었다. 엑셀에서 일보 체크를 하듯 관리되던 프로젝트가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통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주고, IT 분야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 그 같은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의 경우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기업이 셧다운이 되어 몇 주간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반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앞서 이야기한 도구들을 도입한 기업과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 기업의 생산성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DT를 너무 어렵게 접근할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일해왔던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생산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도구들을 도입하여 잘 활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을 때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공유 문서를 현업 부서의 막내가 묶어서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슬랙과 같은 디지털 워크스페이스에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과정을 따라오면서 함께 나누었던 대화, 결과물, 의사결정 사항들을 쫓아오면서 익히는 것이 맞을까? 비교해본다면 그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처럼 DT의 시작은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도구를 바꾸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모든 업무마다 데이터가 남고 이는 멀리 바라볼 때 기업의 연속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지금까지 아날로그적인 방법이 편했더라도 이번 기회를 빌어 디지털로의 전환을 고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