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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Sep 18. 2015

장비 업그레이드

투자하는 만큼 빛을 발하는 장비들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를 구입했다. 내 생애 최고가 키보드가 될 성싶다. 2,3년 전만 해도 이렇게 고가의 키보드를 사게 될 줄은 몰랐다. 게이머들이나 사용하는 거라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내 눈앞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문장을 만들어낸다. 확실히 키감이 좋고, 손에 무리가 덜 간다.


전업 프리랜서로 전향한 지 일 년 반 만에 손가락 통증이 느껴졌는데 그때 즉시 싸구려 키보드를 버리고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겐 기계식 키보드가 진리였다. 물론 만원도 안 하는 키보드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싼 키보드가 제값을 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로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업무의 강도가 기계식 키보드의 한계치를 벗어난 걸까. 처음보다 더 큰 손가락 통증이 찾아왔고 난 키보드의 끝판왕이라고 알려진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를 무려 35만 원이나 주고 구입했다. 


프리랜서는 사무실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물론 개중에는 작업실을 얻어 일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할 의무는 없으며, 대부분의 번역사들이 집에서 작업을 한다(자의반, 타의반). 그러니 회사를 다닐 때에 비하면 많은 비용(+시간)이 절감된다. 사무실 임대료부터 시작해 교통비, 의류비, 유지비, 식대, 간식비, 회식비, 경조사비까지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니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교통비나 회식비, 경조사비등의 비용을 주변기기와 사무용품, 책 등에 투자하는 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물론 프리랜서라고 해서 교통비, 회식비, 경조사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투자는 당연한 것이다.


사람은 평생 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일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회사든 작업장이든 자기만의 업무환경에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최적의 환경으로 가꾸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자세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그 일을 통해 나의 삶이 유지된다.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입이 불안정하다면 물질적인 것이 아닌 무형의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를 빌려 읽거나, 다양한 매체(인터넷, TV, 라디오 등)를 통한 공부도 가능하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번 마감을 하며 혹사당한 오른손은 아직도 제기능을 회복하지 못했다.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번역사에게 손은 큰 재산이다. 키보드를 마련하며 키보드 루프와 손목 쿠션, 책상 커버, 독서대도 더 좋은 것으로 교체했다. 중국 관련 서적도 한 무더기 주문했다. 지속적인 투자는 더 나은 결과물로 이어진다. 당장 눈앞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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