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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Jul 20. 2018

카페에서

카페에서 번역하기

오늘은 집에서 집중이 잘 안돼서 태블릿 pc를 챙겨 들고 동네 카페에 갔다. 걸어서 10분 거리, 게다가 숲길인 데도 카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땀으로 목덜미가 축축해져 있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낮 2시의 위엄이란 정말 대단했다.


가끔씩 들리는 카페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머리가 희끗한 카페 사장님의 친절이 왠지 부담스러웠다. 오픈 당시에는 20대 매니저만 있더니 이제 사장이 직접 나와서 일하나 보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를 봐선 고용인이 아닌 게 분명했다.


나는 베이글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60대로 보이는 사장님은 줄곧 온화한 미소를 유지했지만, 주문부터 서빙까지 혼자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딘지 모르게 '황송'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커피를 마시며 2시간만 카페에서 번역하다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장님과 나, 단 둘밖에 없는 '작은 카페'에서 2시간이나 앉아 일하려니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주부터 밀렸던 진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집중만 잘 되면 당분간은 자주 들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어차피 손님도 없고 주인 입장에서도 텅 빈 카페보다 한 명이라도 손님이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애초에 오래 있을 생각도 아니었다. 보조배터리나 전원선을 가지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2시간 정도면 커피 값을 내고 앉아 있어도 될 수준이고, 솔직히 눈치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편하게 앉아 있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내 탓 같다.


난 1시간 10분 만에 카페를 나와 다시 무더위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 일은 정말 진도가 안 나간다. 10월 출간 예정이라 일정을 미룰 수도 없는데 요즘 나는 대책 없이 게으르다. 죄 없는 날씨를 탓해본다. 요 며칠, 진짜 일하기 싫게 너무너무너무 덥다!  훠이 훠이, 더위야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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