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캘러웨이 <플랫폼 제국의 미래> 를 읽고
저자는 현 시대에 이미 지배력을 확고히 한 기업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인기 영합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본다. 지금까지 저자의 연구는 소위 'The Four'라 불리는 네 개 기업, 즉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에 집중되어 있었다는데 이 4개 기업에 포커싱하느라 억지로 주제를 꿰맞춘 느낌이 든다.
이 책의 기본 뼈대는 이 문장에 나타난다. "다른 세 개의 거인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아마존이 폭풍 성장한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의 '본능'에 호소했기 때문이다(35p)." 즉, 인간의 욕구를 정확하게 공략하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네 개의 기업이 어떤 욕구를 공략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책에서 모두 정확하게 매칭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여러 가지 욕구 중 아마존은 소비의 욕구를, 애플은 섹스의 욕구를, 페이스북은 사랑의 욕구를, 구글은 신이라는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의 욕구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으며 소비와 섹스와 사랑과 신이라는 욕구는 과연 가장 중요한 욕구인지, 그래서 이 네 개의 기업들이 가장 큰 지배력을 가지게 된 것인지에 대한 증명 또는 논리 전개가 없다. 게다가 성공하는 기업들이 공략하는 욕구를 모두 생존의 욕구로 귀결시켜 버린다.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볼 때 성공한 모든 사업은 뇌, 심장, 생식기라는 신체의 세 부위 가운데 적어도 하나에 반드시 자신의 매력을 호소한다. 이들 신체 부위는 생존에 필요한 여러 기능 중 각기 다른 측면을 하나씩 떠맡고 있다.(260p)"
저자의 통찰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꿰어맞추기 위한 구조다.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처럼 한 편으로 논리정연할 수는 있으나 인간의 심리와 욕구를 과연 제대로 반영한 설명일까 싶다. 그보다는 인본주의 심리학을 창시한 H.W.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로 기업이 공략하는 욕구를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정확하다고 본다.
어쨌든 저자가 짜놓은 틀에 네 개의 기업을 맞춘 후 이 기업들을 '시장지배력을 갖춘 시가총액 1조 달러짜리 기업'으로 요약한다. 그러면서 같은 거대기업이 되려면 'T(trillion) 알고리즘'이라는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정리하는데 제품 차별화, 선견지명이 있는 투자, 글로벌 시장 진출, 호감을 주는 이미지, 고객 경험의 수직적 통합, 인공지능의 활용,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 지정학적 위치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여덟 가지 요소가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내용을 언뜻 보면 이 여덟 가지 내용을 다 지키면 좋은 회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내용들을 다 지킨다고 해서 과연 1조 달러 기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무릇 '알고리즘'이라면 논리와 인과 관계 설계가 명확히 구조화(structuring) 되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따라서 여러 후보군 중 다섯 번째 기사가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IT 4대 제국이 50년 안에 사라진다와 같이 '절대 틀리지 않을' 예언의 수준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네 개의 플랫폼 기업을 각각의 욕구에 매칭시켜서 설명한 디테일에서는 통찰력이 있으나 이를 통해 전체를 보여주고자 하는 버드 뷰(bird view)는 공부를 좀 더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