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사랑스럽고 고마운 마법
문득 고개를 들어 책장을 보다가 책 한 권에 눈길이 갔다. 분홍빛 책등이 앙증맞은 책.
책에 손을 뻗어서, 가장 두꺼운 껍데기를 넘기니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로부터.
그리고 두어 장을 더 넘기니,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가 정갈한 글씨로 적어준 편지도 보인다.
1학년 때 네가 준 책, 많은 위로가 되었당! 고마워. 그래서 준비한 책이야.
한 동안은 다시 대입 준비를 하러 갈 거라서, 연락이 안 될 거라고, 1학년 때 내가 준 책이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듯, 이 책도 나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적어준 글에는 그 친구 특유의 장난기와 함께 진심이 묻어나 있다.
적혀진 날짜를 보니 이 책을 받은 것은 4년 전의 이맘때다. 4년 전의 연말.
그래, 이상하게도 연말만 되면 고맙다, 고생했다, 하는 말들을 못하던 사람들도 그런 말들을 많이 꺼내게 된다.
서로를 북돋아주는, 사랑스러운 말들을.
저 책을 선물해준 친구는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처음 짝이 되었던 친구. 그 이후로 3년 내내 거의 붙어다니다시피 했던 친구였다.
고마워, 너를 응원해.
이런 말은 사실 우리 사이에 약간 낯간지러워졌던 말. 서로에게 항상 고맙다고 느끼고, 또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이였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았다.
물론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을 끌어안아주고, 토닥이는 날들이 많았지만,
너를 언제나 응원할 거야,
이렇게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나는 참 고마워,
하고 서로를 북돋아주는 말들은 한 번도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괜히 우리 사이에, 낯 간지러우니까?
그럴 때는 가끔 연말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연달아 돌아오는 연말에는 그 분위기 때문인지 기분이 붕붕 뜬다.
아마도 그 때문에 조금은 낯간지러운 말들도 하게 되는 모양. 송년회나 신년회의 술 한 잔이 약간의 도움을 주기도 하고.
나는 이게 연말의 마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거름망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
참으로, 사랑스럽고 고마운 마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연말에도, 도움을 좀 받아보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