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멜리아 Mar 31. 2017

3월 31일과 나름다움

초록 안경을 쓰던 그때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초록테의 안경을 쓰던,

듬직하고 일 잘하는 '좋은 사람' 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곁에 있던 여자들 중에서는 아름답다, 사랑한다는 찬미를 늘 듣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한다,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지 얼마나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꺼내려고 보니 그 기억은 셀 수 없는 시간 뒤로 묻혀져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내 어떤 부분에서의 욕심이 주문이 되어 내가 아름다워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나는 탈피하기를 원했다.

나도 한번, 아름답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초록안경 시절은 나에게 큰 장애물이 되었다. 변화를 꾀할 때 마다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바로 그 시절의 나였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을 겪고 난 다음인 지금, 과연 나에게 외모적 아름다움만큼 가치있는 것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하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너는 꼭 성공할 거야"라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네가 이상한 사람이랑 연애하면 내가 말릴 다"고 말하는 남자들도,

"나랑 평생 친구하자"고 말하는 여자들도,

내 곁에서 행복한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하는.

그런 사람들을 얻은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시절의 나였다.



나는 아름다움은 얻지 못했어도,
나답게 아름다워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

뚱뚱한 몸과,

앞으로 모양이 굽어버린 어깨와,

하늘로 솟아버린 승모근과,

두꺼운 허벅지와 종아리를 선물한 것은 그 때의 나였다.


하지만,

해내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도 16시간동안 꼼짝 않고 뭔가를 (심지어는 그닥 좋아하지도 않았던 일을) 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 것도 그때의 나였고,

현재의 내가 "일 참 잘한다"는 말을 듣게 해준 것도 한계륵 극복하기 위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도전했던 그때의 나였고,

성취의 기쁨과 창작의 기쁨을 비롯해서 여러 경험을 만들어준 것도 그때의 나였고,

그리고 정말 가치있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것도 그때의 나였고,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사랑해주며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lifetime partner로서의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것도 그때의 나였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을 대가로 주기는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도 얻기 어려운 것들을 나는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초록안경을 쓰던 나를 사랑한다.

이 모든 것을 빼앗고 대신 빼어난 미모를 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당당하게 싫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그대로 살아온 내가 참 좋다.



나는 아름다움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나름다움은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탈피를 꿈꾸지 않는다.

다만 매일매일, 더 고양되는 삶을 꿈꿀 뿐이다.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고, 아름답고, 가치있어지기를 꿈꾼다.

더 이상 남이 상정한 아름다움을 좇기보다는, 가장 나다우면서도 생명력있고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을 사는 방법을 고민한다.


나름다움,

매일 나답게 아름다워지고 있는 나를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7월 2일과 레몬색 잔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