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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록
Aug 04. 2022
나라는 병 (病)
프롤로그
내가 '나'라는 것은 어떤 병적인 징후였다.
해서 나는 어쩌다 '나'라는 병에 걸려 한 평생이 고단하다.
언제나 난감했던 것은 그런 점이다.
한 번도 '나'란 존재에게 익숙해질 수 없다는 것
'나'는 그렇게 '나'라는 존재로 선고 받았다는 것.
대단한 척을 해보았자,
그런 순간들에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나'라는 것은
어찌 낫는 법이 없다하니
그것은 어떤 천형일 것이며,
그것은 어떤 중독 같은 것이다.
어떤 날의 나는 내가 너무 못마땅했고
어떤 날의 나는 내가 못내 안스러웠다.
몸은 어느새 시간의 파이프라인으로 전락하여
더디 아파도 될 것들에 수이 아파하였다.
그런 날의 오후에는
어떤 것도 반갑지가 않았다.
그런 날의 오후에는
가만히 눈뜨기도 힘들어,
고요히 눈을 감았다.
하여 살아간다는 건 어떤 투병(鬪病)이었다.
<사진 출처 : Daria Shevtsova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9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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