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살아진 서른 중반 회사원. 성은 이 씨, 이름은 삼오(35)
초등학교 수업에서 답을 적었던 질문지 중에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문항이 있다.
“나의 미래 모습은?”
키 _cm, 결혼은 _살에 했다. 직업은 _이다.
땡, 땡, 땡!
초등학교 2학년이 상상했던 야심찬 미래는 애석하게도 전부 틀렸다.
키는 마이너스 10센치쯤,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요원하다. 매 주 이를 악물고 이력서를 쓰면서 내가 올해 내로는 여길 뜨고 만다, 탈출을 꿈꾸는 이 시대의 K-직장인.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하다 보면 너무 많은 걸 되돌려야 해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나를 상상하자니 아홉 살의 나만큼 자신감 넘치지를 못하는, 아아 세월이 야속해. 타입의 사람.
이제 와서야 저 질문지는 대체 초딩에게 무엇을 알려주기 위한 질문지였을까, 생각해본다.
목적의식 고취? 조금 더 삐딱하게는 불순분자 색출에 사용되진 않았을까.
아주 단순하게 장래희망을 적는 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걸까.
그런데 아홉 살 어린이가 들고 있던 그 질문지와 어느덧 서른 중반을 맞이하는 지금의 내가 들고 있는 질문지가 크게 달랐던가?
아직도 나는 연애/결혼 유무, 연봉 00만원, 하는 일 00, 타는 차 00...
수많은 질문지를 손에 들고 남에게 들킬까, 틀린 답은 아닐까 마음을 졸이며 숫자를 써내려간다.
숙제를 한아름 품에 안고
만나이 제도 시행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서른 중반 이(Lee) 삼오(35)씨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