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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오 Sep 07. 2024

도시 엠지괴담

낀 세대 3부작 - (1)

* 주인공 이삼오 : 살다보니 살아진 서른 중반 회사원. 성은 이 씨, 이름은 삼오.


“어후 나는 MZ랑은 진짜 일 못하겠더라.”

쏟아지는 상사의 한탄에 “아이, 저도 MZ에요~”하며 너스레를 떠는 오늘의 이삼오


“우리 실장님은 머리가 길면 다 엠지라고 하는게 분명해요.”

“맞아요. 그래서 내가 머리가 짧은거야~ 삭발 추천!” 우스개로 넘어가는 오늘의 이삼오


삼오가 수능을 준비할 무렵 삼오의 직전 선배들은 ‘죽음의 트라이앵글’ 세대로 불렸더랬다.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수능, 내신, 논술의 세 가지 꼭짓점을 모두 만족해야만 희망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자조적인 용어였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겨우 벗어났나 싶게 그 세대는 이름은 엠지요, 실상은 낀 세대가 되었다.


본인이 낀 세대라 주장하는 세대는 대대로 내려왔고 앞으로도 많겠지만 삼오는 생각한다.

'난 낀 세대야!'


일단 MZ의 정의부터가 문제인데, 1981년생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한 세대로 묶어 부르다니 애석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 인공지능이 마음만 먹으면 소설책도 써주고, 그림도 그려주는 이 발 빠른 시대에 20년치의 사람들을 한 세대로 묶기엔 역부족이다.


기성세대가 부르는 MZ라는 용어 자체가 편견과 모순을 안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겠다고 생각하며 삼오는 한 번 더 내뱉는다.

"난 확실히 낀 세대야!"



한 오픈카톡방


받) 신입직원이 사장 간담회 때 “우리회사 널널해서 마음에 드네요, 후후” 해서 회사 터졌다는 썰.


금주 임원회의 시 사장님 지시사항 공유 드립니다.   

- 앞으로 ‘신입사원+입사1년차’ 직원은 저녁 먹고 퇴근할 정도로 일 많이 시킬 것  

- 일은 ‘계획을 세워서’ 시키되, 일이 없으면 교육이라도 시킬 것  

- 임원/팀장 책임 및 관리하에 반드시 준수할 것  

- 시행시기 : 즉시  



엠지들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이렇게 무서운 전설처럼 구전되어 오는데, 삼오가 가장 무릎을 치며 웃었던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다.


"아니 글쎄 들어봐.

우리회사에 신입직원이 들어와서 회식을 하는데 임원이 건배사를 시키신거야.

그랬더니 글쎄 이 막내가 '제 선임께서 모범을 보여주실 겁니다.' 하더니

결국 그 선임이 건배사를 하게 됐지 뭐야?"


친구는 열을 올리며 얘기했지만 이런 에피소드는 제법 신박하다.

막내의 당돌함에 어랏? 싶으면서도 그게 센스인지, 유머인지, 무례였는지를 한 번은 더 고민하게 되지 않나.


삼오가 발견한 재밌는 점은 MZ를 정의하고 판단하고 해석하려고 하는 건 MZ를 보며 혀를 차는 낀세대나 비MZ 뿐이라는 것이다.


정작 엠지들은 내가 MZ임을 증명하려 하지도, 정의하려 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SNS에서도, 티비에서도, 현실에서도 MZ와 비MZ는 물 밖에서, 물 속에서 늘상 싸우고 있다.



(낀 세대 -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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