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에서부터 주인공 요조의 사진은 섬뜩하리만큼 무섭게 묘사된다. 시간의 흐름대로 보이는 요조의 모습은 어릴 적에는 '귀엽다고 보일만하다'라고 묘사되지만 청년이 되고 나이가 들어 갈수록 괴이하고 흉측한 형상으로 변해간다. 개인적으로 서문에 관찰 형식으로 보인 요조의 변화 모습이 소설 전체의 흐름을 보여줬고, 숨겨진 사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책 속의 불안정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요조'는 이 책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자신일 것이다. (작가는 실제로 글을 쓸 때도 지속적으로 불안한 정신상태였으며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으며 결국 젊은 나이에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지고 싶은 선물이 아닌, 아버지가 주고 싶어 하던 선물을 가지고 싶다고 말해야 했던 주인공의 삶에서 정신적 불안정은 필연적으로 지고 가야 할 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가족의 무의식적인 정신적 학대가 수없이 존재하며, 요조는 그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가족으로부터 가장 큰 정신적 쇼크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모습에는 대부분 인간의 순수함을 보여주고 부당한 세상과 맞닥뜨려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작가가 굳이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요조를 보여준 것은 이런 현상이 요조의 문제가 아닌 '인간 실격' 된 주변 인물들의 영향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어린아이답지 않게 인간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짓궂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인간으로부터 자신 본연의 모습을 꽁꽁 싸맨다. 이러한 행동은 어린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심히 방어적이며, 안쓰러움마저 자아낸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에 대한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요조도 몇 번이나 친구나 연인 등과의 관계를 맺어보려 애쓰지만, 매 번 배신당하고 상처받으며 인간과의 교류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요조에 대해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느끼거나,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사실 소설 속 요조의 인간에 대한 평가는 매 번 극단적이며 非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어린아이의 정신 상태에 저만큼이나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이가 처해진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물론 그럴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인간과의 사소한 어긋남이나 예상 밖의 전개에 대해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요조가 마음을 열고 다가갔던 친구나 연인에 대해 조금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여지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이니까, 인간이라서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눈 사람들로부터는 자의든 타의든 어느 정도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한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별히 잔인하거나 냉정한 인간의 면모는 하나도 묘사되지 않았지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과정을 잘 표현해 낸 것 같다. 또한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절대 가까워질 수 없었던, 혹은 더 크게 경계해야만 했던 요조 주변 인물들로 하여금 인간 본연의 잔인한 면모를 여과 없이 그려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