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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오뚜오 Nov 06. 2015

가장 위에 있지만 가장 마지막에 써야만 하는 것, 제목

제목(Title) 에 대하여

때는 파릇파릇한 대학교 2학년 시절, 한 학기 휴학을 한 후 중국 복수학위를 준비하며 분주히 논술 과외로 용돈 벌이를 할 때였다.


내가 수많은 고딩들에게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제목을 마지막에 지을 것." 이었다.


그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써내려 갈때, 항상 제목(주제)을 먼저 정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에,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 완벽하고 짜임새 있는 글을 쓰는 것보다, 먼저 첫 글자를 써내려 갈 수 있는 강단이 더 중요하다.

또한 첫 번째 내용에 대해 글을 써내려 가며 두 번째 내용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며, 어쩌면 두 가지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가 세 가지, 네 가지로 풍부해 지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 하나의 개체들이 모여 풍요롭고 화려한 글이 되는 것을 나는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이처럼 Title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작도 하지 않은(한 글자 조차 없는) 공간에 어떠한 고정관념 한 가지를 쑤셔넣고, 그에 맞춰 글을 써내려 가는 일처럼 말이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의 인생에 타이틀을 먼저 내걸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에게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그 아이는 좋은 성적 이라는 타이틀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공부할 것이다), 학생에게는 "좋은 대학", 취업 준비생에게는 "좋은 직장" 이라는 타이틀로 스스로를 얽어맨다.


하지만 그 것이 진짜 "좋은 인생" 을 대표할 수 있는 건지는 어떠한 검증도 없다.


분주하게 타이트를 좇아 정해진 개체들로 스스로를 채워가지만, 정작 그 타이틀에 대한 검증은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 불필요한 오류가 더 많은 지도 모른다. 


타인의 세상속에 주제로 하여금 나의 이야기를 끼워맞추지 않기를 바란다. _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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