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Title) 에 대하여
때는 파릇파릇한 대학교 2학년 시절, 한 학기 휴학을 한 후 중국 복수학위를 준비하며 분주히 논술 과외로 용돈 벌이를 할 때였다.
그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써내려 갈때, 항상 제목(주제)을 먼저 정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에,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 완벽하고 짜임새 있는 글을 쓰는 것보다, 먼저 첫 글자를 써내려 갈 수 있는 강단이 더 중요하다.
또한 첫 번째 내용에 대해 글을 써내려 가며 두 번째 내용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며, 어쩌면 두 가지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가 세 가지, 네 가지로 풍부해 지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 하나의 개체들이 모여 풍요롭고 화려한 글이 되는 것을 나는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이처럼 Title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작도 하지 않은(한 글자 조차 없는) 공간에 어떠한 고정관념 한 가지를 쑤셔넣고, 그에 맞춰 글을 써내려 가는 일처럼 말이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의 인생에 타이틀을 먼저 내걸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에게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그 아이는 좋은 성적 이라는 타이틀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공부할 것이다), 학생에게는 "좋은 대학", 취업 준비생에게는 "좋은 직장" 이라는 타이틀로 스스로를 얽어맨다.
하지만 그 것이 진짜 "좋은 인생" 을 대표할 수 있는 건지는 어떠한 검증도 없다.
분주하게 타이트를 좇아 정해진 개체들로 스스로를 채워가지만, 정작 그 타이틀에 대한 검증은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 불필요한 오류가 더 많은 지도 모른다.
타인의 세상속에 주제로 하여금 나의 이야기를 끼워맞추지 않기를 바란다. _1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