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모두가 예술가는 아닐지라도
나는 무얼 위해 살아야 할까요?
_에단 호크 (Ethan Hawke)
정확히 1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을 내려가 딱 3편의 영화를 보고 바로 서울로 돌아온 틈새 여행이었다. 솔직히 그 때 이 영화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억지로 짬을 내 굳이 전주까지 내려간 의미가 없었을 터다. 그만큼 정식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 1년 간 생각 날 때마다 검색을 했는데, 드디어 오늘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다시 한 번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보게 됐다.
이 영화는 최근 재개봉한 '비포 시리즈'의 남자 주인공 '에단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세이모어 번스타인(Seymour Bernstein)은 올해 90세로 현재 뉴욕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노장 피아니스트다. 영화는 에단 호크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줄곳 세이모어의 독백과 대화로만 이어진다. 그가 논하는 예술의 의미는 그의 삶 전반이 지향하는 바와 같다. 한 개인의 내면이 품고 있는 본질을 분출해내는 것이 곧 그의 연주이고 예술이다. 음악의 의미를 물으니 '온 우주의 질서'라 답하는 세이모어. 예술은 그의 삶의 전부이자 올라서고자 하는 경지 그 자체다.
사람들은 항상 답을 원하죠.
행복하고 안락한 삶의 비결을.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의 신을 만나지 못해요.
나는 그것이 내면에 있다고 굳게 믿어요.
_세이모어 번스타인(Seymour Bernstein)
피아니스트도 예술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회사원인 내게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자아가 강할 수록 고유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 예술의 '선의'가 발휘하는 힘은 위대하다. 생활인에게 예술이란 '감동'할 수 있는 수단이자 그로써 자아를 확인할 수 있는 실마리다. 우리가 부지런히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모두 여기에 있다.
비록 세이모어처럼 자아의 본질 그대로가 삶이 되는 충만한 인생을 살지는 못할 테지만, 그의 독백을 곱씹음으로써 고유한 자신을 지켜내는 용기를 얻어간다. 항상 무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당신도 그 중 한 사람이라면, 그 고민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을 스스로도 알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고한다. 세이모어의 진실된 독백이 끝나는 순간 고유한 자신과 긴 여운만이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