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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마신토끼 Feb 28. 2022

요즘,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갖겠어!’라는 거창한 목표로 시작했다기보다는, 마켓 컬리나 SSG.com에서 주문한 냉동 도시락이 아닌 내가 직접 도시락을 만들게 되면서부터 출근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잠깐 짬을 내서 하는 영어 스피킹 시간을 이리저리 계산한 결과가 새벽 4시 기상이었다.


평일 새벽 4시 기상은 어느 정도 루틴이 만들어지니 따뜻한 이불속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만은 않았다.

따뜻한 물 한잔, 도시락 만들기, 아침 스트레칭, 영어 스피킹 연습, 씻고, 준비하고, 밥 먹고, 출근.

나름 자기 계발도,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시간도 있어 보이지만,  30분~1시간 간격으로 짜 놓은 이 숨 쉴 틈 없는 나름의 일정을 준수하려다 보니, 여유롭기는 커녕 정신없이 움직여야지만 겨우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은 광역버스 타러 가는 시간을 지킬 수 있을 정도.


뜻하지 않게 숨 가쁜 아침 루틴이었지만

수원- 서울로 출발하는 광역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잠에 취하더라도, 퇴근 후 집에 와 밤 11시에 기절하듯 잠에 빠져 들어도 뭔가 하루를 꽉꽉 채우며 사는 듯한 느낌에 뿌듯함과 만족스러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뜻하지 않게 미라클 모닝을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저녁형 인간이 아니라는 거였다.


아침잠이 많아 보통 주말에도 9시, 10시까지 자다가 일어나기 일쑤였고, 해가 지고 밖이 점차 어두워지면 그때부터 내 뇌세포들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시작하면서 새벽 2~3시까지 놀다가 잠들기도 하였다.

이런 생활 패턴 덕분에 나는 내가 저녁형 인간이라고 굳게 믿었고, 미라클 모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때 이런 건 아침형 인간들만 하는 거라며 그 유행에 동참하지 않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무리에 동참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굳건하게 나는 저녁형 인간이라고 믿던 내가. 요즘은 이렇게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있다.

늦게 일어났던 건, 새벽까지 놀다가 잤던 내 생활 패턴 때문이었다는 것도.

정해진 저녁형 인간도, 정해진 아침형 인간도 사실은 없다는 것도.

빠듯하긴 하지만, 잠시 마나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게 지루하고 평범한 내 일상에 작은 윤활유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도.


요즘 다시 깨닫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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