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나만 깨어있는게 아니였다.
어쩌다 한번씩.
가뭄에 콩 나듯, 손에 꼽을 정도로 있는 일이 일어났다.
아침의 단잠을 깨우는 핸드폰 알람소리 없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 것이다.
수면 패턴 기록겸 차고 있던 갤럭시 워치를 보니, 시간은 새벽 3시.
처음에는 잘 못본줄 알고 눈을 깜빡깜빡 하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와.. 내가 이 시간에 잠에서 깨다니.. 라는 생각과 함께 아직 1시간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좀더 자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말 그대로 눈만 감겼을 뿐 정신은 수면의 세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잠도 안오고 이불 속은 따뜻하니 게으름 좀 피워 볼까 싶어 꼼지락 거리다가, 잠이 오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나 자리를 정리하고 밤새 열일한 온수매트를 끈 후 거실로 발을 옮겼다.
유리컵에 한가득 채운 따뜻한 물을 마시며 거실에 앉아 있다보니 거실 공기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베란다 창문 여니, 창문 너머 차가운 새벽 공기가 뺨에 닿았다. 그 덕에 조금은 멍 했던 머리속이 깨는 느낌이였다.
우리집 맞은편에는 커다란 가로수들이 두줄로 길게 심어져 있고 그 너머에는 큰 대로변이 자리 하고 있는데, 베란다 창문을 열면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지금은 4시에 가까워지는 아직은 새벽 시간이라 그 큰 대로변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도로를 고요히 비추고 있을 뿐이였다.
항상 차가 한가득 있던 도로에 그 무엇도 없는 모습이 나름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으스스함에
창문을 닫고 새벽루틴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때, 어디선가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베란다 쪽으로 가서 보니, 가로등 불빛만이 내려왔던 도로에 하나, 둘, 차들이 돌아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요하고, 적막했던 새벽의 소리를 가로지르는 차들이 움직이는 소리.
어떻게 보면 고요함을 방해하는 소음일텐데, 어쩐지 이 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뭐랄까
거슬리는 소음 보다는 새벽을 깨우는 소음 같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