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 얼굴을 가까이서 유심히 바라보다 말해주어 알게됐다. 내가 이를 보이며 크게 웃을 때면 양 보조개 안쪽으로 새로운 실선이 접힌다는 것을. 거울을 보고 활짝 웃어보았다. 실제로 여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실선이 양 입꼬리 위에 희미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얼굴은 사용하는 근육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것이고, 그래서 나이 40이 넘으면 본인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더니...
그녀를 만나고 내 양 입꼬리는 평생 도달하지 못 한 높이에 오르며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새로 생긴 주름은 그에 대한 금메달이랄까.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특히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이 되고 나서부터, 나는 내적으로 긴 여정을 걸어가는 중이다.
한동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을 겨우 기어가는 듯하였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야 조금쯤은 출구 쪽의 빛이 보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듯하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늘 내 옆에 있어 주면서 알게 모르게 내 안에 무언가를, 내 정신과 영혼에 영양분이 되는 것을 쌓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지칭할 때면 '배우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늘 그녀를 보고 배우자는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하는 일종의 다짐 같은 것이다.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지나온 과정을 뒤돌아보며, 앞으로 그녀야 함께 나아갈 여정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제는 어떻게든지 잘 되어갈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