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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Nov 24. 2023

대철학자에게 배우는 행복해지는 방법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지난번 <퓨처셀프>를 읽고 5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았다. AI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가족과도 잘 지내는 퓨처셀프를 그렸었다. 그때면 만으로 38, 한국 나이로는 39살이 된다. 올해가 며칠 안 남았으니 5년 후에는 곧 마흔이 되는 것이다.



마흔이란


불혹 (惑).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판단을 흐리지 않는 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올바른 판단 기준과 신념을 가지고 세상의 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대부분 마흔이면 자신의 조직에서 중간 리더로, 가정의 가장으로서 수많은 판단을 해야 하는 시기다. 그만큼 기대도 되지만 힘들 것 같다. 직장과 일에서는 중간 리더로서 이리저리 치이는 가운데 집안일, 육아와 교육에서도 정말 중요한 시기라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그 과정에서 "나"보다는 OO과장, XX아빠라는 정체정만 남는 것 같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점점 없어진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한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가장 유명한 말이다. 마흔은 가장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황금기이자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인생은 고통'이라는 인식에 도달하는 시기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0페이지 -


그렇다면 점점 괴로움만 남은 것일까?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오히려 반대로 괴로운 게 당연한 것이고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주장한다. 산다는 것은 괴롭다고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주장하니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쇼펜하우어의 주장에 조금씩 동의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쇼펜하우어는 왜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말했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욕망은 생존을 위해 계속 발전해 왔는데 이 욕망을 컨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핍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해서 풍족한 단계까지 도달하지만 우리가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상태가 변하는 동안 만이라고 한다. 그래서 행복한 순간을 넘어서 다시 과잉인 상태에서는 불쾌감과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뷔페에 가면 처음에는 그 식당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그러다 점점 허기를 채울수록 포만감이 생기고, 결국 마지막에 배가 꽉 차면 '이곳의 생선은 맛이 별로네',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는 말도 한다. 사람은 배가 고플 때와 배가 부를 때가 다르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38페이지-


거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가 클수록 점점 더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나 능력이 다르고 거기에 맞는 일을 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다. 그래서 자신의 성격과 기질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그 결과는 행복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행복은 숙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여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욕망과 능력을 정확히 알고, 이 두 가지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의욕하는지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참된 것을 이룰 수 있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71페이지 -




행복해지는 방법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쇼펜하우어는 인생이 고통이므로 고통을 잘 참아낼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많은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덜 겪는 방향이다. 인생은 고통이다. 그리고 인간은 쾌락보다 고통을 더 크고 길게 느낀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고통을 줄이고 인정하며 잘 견딜 수 있는 인내력을 키워야 한다. 

행복한 인생을 결정짓는 진정한 가치는 고통을 잘 견뎌 내는 인내력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는 용기가 있고, 고통을 그럭저럭 견뎌 내면서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59페이지 -


고통을 잘 견뎌내는 인내력을 키우기 위해서 쇼펜하우어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건강"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잘 넘기는 낙천적인 성향이 중요한데 건강하지 못하면 낙천적일 수가 없다. 당장 육체적 고통이 있는데 다른 고통이 더 들어오는 상황에서 웃는 것은 몇 배로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깥에서 좋은 것을 찾지 말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부터 힘을 써야 된다. 그것은 운동으로 만들어진다. (중략) 우리의 행복은 명량한 기분에 좌우되는데, 그 기분은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 <마흔에 읽은 쇼펜하우어> 103페이지 -


또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줄여나가야 한다. 앞에서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서 살펴본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간격을 줄여나갈 수 있다면 그만큼 고통이 줄어들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성격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행복은 자신만의 탁월한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있다. (중략) 무엇보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야만 자신만의 행복의 방향이 비로소 정해진다. 능력과 욕구를 일치시키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74페이지 -


마지막으로 "안티프래질"해져야 한다. 충격에 약하다는 뜻인 프래질 (Fragile)의 반대로 충격을 받으면 더 강해지는 안티프래질 (Anti-fragile)은 충격이 왔을 때 깨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행복의 관점에서 안태프래질 해지기 위해서는 예측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도 거기에 맞춰 당연히 해야 한다는 예측은 깨지기 쉽다.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 대가를 바라는 순간 상대가 나에게 되돌려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되고, 그렇지 않게 되면 거기서 고통이 시작된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고 베풀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상대도 나에게 나누어 주면 나는 행운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하방은 일정 범위로 닫아두고 상단은 열어서 무한하게 유지해야 한다.

넷째, 세상에는 거짓이 많다는 점을 알아라. 이 세상에는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가 더 존경받는 일이 많다. (중략) 알찬 속보다 가짜의 겉모습이 지배하는 세상에는 행복도 그런 바깥에 드러나는 모습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행복은 그런 화려한 겉모습에 있지 않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11페이지 -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 행복에 가까워진다. (중략) 사랑과 연애, 결혼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61페이지 -



나에게 더 집중하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더 집중하자'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지금 나는 건강한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뭐고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베풀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특히 한 가지에 몰입하고 그걸 끝냈을 때 성취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리고 몰입의 대상이 숨겨져 있는 해결책이나 패턴을 찾아내거나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이 활용하는 것일 때 더 성취감을 느낀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이나 코딩 관련 업무를 할 때 정말 몰입을 잘한다. 그리고 이런 업무를 많이 한 날은 퇴근길이 가볍다. 하루를 꽉 채워서 잘 보낸 기분이고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반면에 건강을 소홀히 하면서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유산소를 싫어해서 오래 뛰지 못하고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조금만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감정이 널뛰기를 하고 바로 행동으로 나온다. 그게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위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올해 여름부터 위에 가스가 많이 차서 가슴까지 답답한 정도가 되었다.


5년 뒤 마흔에는 좀 더 행복해지고 싶다. 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고 구체적으로 노력해서 마흔이 됐을 때 퓨처셀프를 이뤘으면 좋겠다. 5년 뒤가 기대된다.






참고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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