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또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lina Aug 31. 2019

경비원의 비애

건물의 첫 인상, 슬프지만 안 좋은 기억이 더 많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비원 분과 종종 말을 하다보면 그 분이 건물주인지 악덕 상사인지 알 수가 없다. 1)어려보이니 일단 바로 하대조로 반말 2)택배나 퀵 서비스 기사님들에게 막 대하기(그리곤 내가 대신 사과한다) 3)문 닫고 다니래서 닫는데 어떨 때는 해외 바이어 오셔서 열어놨는데 왜 닫았냐고 구박받기 등등 "이게 뭐지?" 싶은 기억이 많다. 이런 극단적인 케이스로 모두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종종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호의적이라기 보다 배타적인 태도로 느껴진 적이 훨씬 많은 듯 하다.



(의심의 눈초리)어떻게 오셨어요
아, 저 여기 회사 친구 좀 만나러 
(의심의 눈초리) 친구 누구요
(말하면 아나?)....아 그냥 밖에서 기다릴게요


(의심의 눈초리)어떻게 오셨어요
아, 위층에 발레학원 상담 좀 받으러
오늘 안 해요
주말에도 스케줄있던데.. 안해요?
어, 안 하는 것 같던데
(뻘쭘) 아 네 전화 먼저 해 볼게요



가장 최근 새로운 건물을 들어갔을 때의 경험이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느낌을 받아야 하는걸까? 가만히 생각을 해 본다. "다 그랬나?" "내 얼굴이 극혐인가?" 그건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 해 보면, 포멀하게 정장이나 약간 갖춰입었을 때에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경비원은 말 그대로 해당 건물을 안전하게 지키는 역할을 해야하니, 낯선 방문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다소간 경계하는 것이 응당 올바르다는 것을. 또, 얼마나 이상한 사건과 사람들을 만났으면 그러실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심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기 때문에 내 손으로 경찰을 불러본 적도 몇 번 있기에 진심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한다. 경비 및 인포 직원은 그 건물의 첫 인상이자 마지막 인상이라고. 나아가 건물에 입주한 기업,상점 등에는 돈을 지불하는 "고객(사)"일 수 있기에 그 인상은 때로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이/차림새/외모 등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릇을 가늠하게 하는 것이라고. 


뭐, 물론 그럴 때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하면 그 뿐이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늘도  하나 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만한가 보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