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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Feb 07. 2020

어차피 변기 뚜껑은 열어야 한다

인생은 변기 뚜껑

화장실에 들어간다. 변기 뚜껑이 닫혀있다. "음.." 순간 0.5~1초 동안 생각한다. 변기 커버를 열면 무엇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그것.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불안하고 보기도 싫으니까 다른 칸으로 가자. 변기 안에 깨끗한 물이 있든 오물이 있든 알고 싶지 않다. 무엇이 있는 지는 영원히 모르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 그게 속 편하니까.


화장실이 한 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열어야만 하는 것이다. 열어야 돼. 그렇게 영겁의 1초가 지나고 결국 연다. "후-" 그럼 그렇지. 대부분 별 일 없다. 물론 낭패를 볼 때도 있다. 하지만 기상천외한 것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봤자 오물, 휴지, 쓰레기.. 거기서 공룡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모든 일은 예상한 범위 안에서 벌어진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은 짧고, 그 뒤에 오는 루틴은 길다. 의 연속이다. 



발표를 한번도 한 적이 없어 불안해.
저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버리면 어떡하지?
영어 못 하는데 들통나기 싫다...



닫힌 변기 뚜껑을 외면하고 다른 칸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닫힌 변기칸으로 다시 들어갈 날이 반드시 온다. 그날은 다른 칸에 갈 수도 없고, 너무 급해서 지금 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을 것이다.


그제서야 열어보면 오물은 커녕 깨끗한 물만이 있다는 것을 보곤 허무 해 지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가 한심했다며 피식 웃을 수도 있다.






결국 변기 뚜껑을 열어야 한다.

어차피 열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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