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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추뚭이맴 Dec 17. 2016

이번에는 도쿄.

활력 충전 만빵!








11월 퇴사가 다음 달 15일로 미뤄진 후 떠난 여행.

그야 말로 우울의 절정을 이루고 있을때였다.

힘들어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행이었다.

나의 세 번째 여행지는 '도쿄'였다.

2박 3일로 떠난 여행.

새벽 3시에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 국제공항으로 올라갔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하지만 여행의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리타에서 찾은 나의 캐리어가 부서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쿠크다스 같은 주인을 닮은 쿠크다스 캐리어.








살짝 우울해진 기분을 다잡고 우리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숙소에 캐리어를 맡기고 우리는 도쿄의 한 복판으로 바삐 움직였다.

먼저 간 곳은 '하라주쿠'

말로만 들었던 하라주쿠에 오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기준에서 신기한 옷을 입고 요즘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숙취 메이크업을 한 사람들 

그리고 여기저기 한국과는 다른 모습들이 눈 앞에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 조심스레 섞여 들어갔다.













하라주쿠에 오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한다는 '크레페'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음식인데 하라주쿠 골목 여기저기에 크레페 가게들이 넘쳐났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두 곳에서 각각 하나씩 사기로 했다.






한입 베어 무니 크림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입속에 가득 퍼져 나갔다.

달달한 것을 먹으니 오늘 아침에 있었던 캐리어 사건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숨어버리는 듯했다.


일어나버린 일이 다시 사라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잠깐 잊고 순간을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좋았다.

여행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는 늘 지치고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모습은 없었다.

여행은 이런 면에서 좋았다.


잊고 살았던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여행은 충분했다.

아, 나도 이렇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일상에서는 분위기에 맞게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은 새로운 바람을 충전하기에 부족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하라주쿠에서 여기저기 눈으로 구경하고 난 뒤 출출해진 우리는 근처에 유명하다는 만두집으로 진격했다.




한국에서 먹는 군만두와 물만두 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맛에 또 한 번 놀라버렸다.

한입 베어 물고 놀라고 두 번 베어 물고는 또 한 번 놀라고

역시 여행의 묘미는 먹는 재미도 한몫하지 않을까.


만두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서 큰 거리로 나가니 눈 앞에 아름다운 불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길가에 심어진 모든 나무에 전구로 환하게 밝혀놓은 거리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런 광경을 보고 지나칠 우리가 아니었다.

열심히 카메라며 핸드폰으로 열심히 찍어 두었다.






아름다운 야경은 끝나지 않았다. 

자유의  여신상 뒤로 레인보우 다리와 저 멀리 조그마하게 보이는 도쿄 타워.

바닷바람의 엄청난 강풍을 온몸으로 받으며 연신 추억으로 남기고자 사진을 찍었다.

사진뿐이랴 동영상도 열심히 찍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위를 잘 타고 추운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에 극도로 공감하는 1인이다.

도쿄 여행을 가기에 앞서 날씨를 보았더니 한국의 늦가을 날씨와 비슷하다는 말에 

다소 얇게 옷을 입고 간 탓에 호되게 추위에 당해버렸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언제 또 이런 광경을 보겠는가' 하며 추위와 강풍에 몸이 밀려나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건만 모두 허탕이었다.

이럴 때는 무슨 방도가 없으니

내 눈을 렌즈 사마 내 머리를 저장장치로 생각하며 눈으로 즐겼다.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저 멀리 도쿄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나마 도쿄의 랜드마크 같은 도쿄타워를 보니 만족스러웠다.

사실 도쿄는 디즈니랜드 외에는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도쿄는 나에게 너무나 신비스러웠다.



강추위에 호되게 당한 뒤 숙소로 돌아온 우리.

또 한 번 충격에 뒤통수를 맞았다.

도착한 숙소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할 말을 잃고 잠깐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침대를 제외하고 캐리어를 펼친 만큼의 자리밖에 없었다.

게다가 5층인데 다리가 불편한 동행인에게는 최악의 위치 선점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뭐 어떡하리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지.

한 명 한 명 나눠서 짐을 정리했다.

일행이 정리하는 사이 나는 열심히 부서진 캐리어에 테이프를 덧대기에 바빴다.


모든 일을 마친 우리는 각자의 침대에 올랐다.

도쿄의 하룻밤이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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