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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Jan 27. 2016

아득히 먼, 기억의 산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_

산, 산 너머 산, 그 산 너머의 산,

아득히 먼 곳으로 해가 진다.

누가 미처 다 태우지도 못할 불을 지펴둔 걸까.

한때 푸르르고 아름다운 것들로 소란했던 숲은

시커먼 재가 되어 흩날리다 내려앉고,

저마다 다른 농도와 밀도로 기억의 산을 만들었다.

산, 산 너머 산, 그 산 너머의 산,

그러나 아득히 먼 산언저리에는

바람에 나부끼고 비에 스러지면서도

기어이 반짝이는 어떤 것들이 아직 살아있어

나는 홀로 서 있어도 춥지 않다.

아득히 먼 곳, 미처 다 타오르지 못한 산 속에서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새 한 마리 훌쩍 날아오른다.


_


#첫줄인용 이병률 <기억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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