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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해 Jun 14. 2020

부캐요? 부계정 5개는 기본이죠

요즘것들의 부캐 문화

밥 먹다가 문득 발견한 기사.

https://v.kakao.com/v/20200613103716718?fbclid=IwAR1I9rOuqGCe9QTR2G4aU1fy-j0EmXGvk6GTX_lKZJzJfItHlRznHOfytGA

예능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게 있다. 본질적인 인물과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마미손, 펭수, 카피추, 유산슬, 김다비 등 다양한 ‘부캐’가 새로운 놀이 형태로 소비되고 있는 모습이다. 복면을 쓰거나 분장을 해서 새로운 자아(페르소나)를 만들어 활동하는데, 당사자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해방감을 맛볼 수 있고, 대중은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본질은 ‘본(本)캐’, 캐릭터는 ‘부(副)캐’라고 말한다.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김신영의 '김다비' 이모, MBC 놀면뭐하니의 신인 그룹 '싹쓰리' (린다G, 유두래곤, 비룡)

MZ세대가 이전 세대와 크게 갈리는 것 중 하나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온라인 공간(SNS)을 접하면서 내 안의 '여러 자아'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해방감을 맛보기도 하고, 또다른 자아가 나오기도 하고, 평소엔 절대 할 수 없는 나쁜 일들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를테면 악플처럼.


단순히 오프라인-온라인의 경계도 아니고, 용도와 기능에 따른(functional) 구분이 아니라, 온라인 안에서도 나의 모습을 스스로 정의하고 다양하게 활동한다.

페이스북은 친구들과 솔직하게 소통하고, 부모님이 보는 카카오톡에선 얌전한 아들, 게임에선 좀더 폭력적인 모습, 전남친 눈팅만 하는 부계정, 덕질하는 트위터 계정 등이 있겠다.

나만 해도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전부 사용하는데, 용도에 따라 구분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컨셉화'하여 운영한다. 즉, 각각의 계정에 담고 싶은 나의 모습, 페르소나가 다르다.


수치화된 자료를 볼 순 없지만, 실제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2개 이상 운영하는 요즘것들(내가 20대 초중반까지를 주로 부르는 용어로 아주 친근함이 묻어 있는 표현이다! 이하 '요즘것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다.

나는 디자인 전공생이다보니 친구들이 사진/작품용 계정과 일상 계정을 나누는 것은 익숙했는데,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나도 사실 우리 회사 직원들 보고 알았다^^;

1번 - 본계정, 먹부계(먹을 것만 올리는 부계정) 링크를 걸어둠. / 2번 - 본계정(일상) / 3번 사진 - 부계정(요리). // 두 사람 모두 본 > 부 링크만 있다.

인스타그램 부계정 활용 예시는 아래와 같다.

개인 일상용 계정 - 본계정

맛집용 계정

내가 한 요리만 만들어 올리는 계정

경품/이벤트 참여용 계정

취미용 계정(여행 사진, 러닝, 캘리그라피 등)

반려동물용 계정(화자를 반려동물로 정하고 SNS를 운영하기도 함.)

전남친 몰래 훔쳐보는 계정 (인스타 스토리에 본 사람 흔적이 남기 때문에 필수임.)

럽스타그램용 계정 (헤어지면 통째로 날리기 좋음.)

덕질용 계정 (본인의 최애 사진을 올리거나 오프라인 활동을 기록하며, 팬들끼리 소통하는 계정)

용도에 따른 계정 활용인 경우도 많고, 단순 아카이빙 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다양한 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아주 보편적인 일이며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또한 각 계정 안에서 피드 문구, 톤앤매너, 사진 모든 것들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컨셉화한 자아로 다른 이들과 소통한다.

(문득 이런 수고를 감수하면서 여러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의 심리를, 40대 이상은 어떻게 생각할까? 매우 궁금했다.)


또 다른 예시는 '크리에이터 클럽', '트레바리'와 같은 오프라인 모임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얼마나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열정의 기름붓기'에서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클럽의 경우, 서비스 메인 슬로건이 '새로운 사람들과 나누는 비일상적 대화'이다.

이미 우리가 쌓아온 인간관계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서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나 새로운 의견을 표현하고 싶어도 과거의 내가 뱉은 말과 행동을 완전히 뒤집으면서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깨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를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취향과 표현이 곧 내가 된다.

전통적으로는 나를 정의하는 방법이 가족 관계, 친구 관계, 내가 속한 조직에서의 역할로서 정의되었다. 누구네 집의 몇째 딸, 몇학년 몇반, 어느 회사의 김대리, 누구의 엄마 등.

그러나 요즘것들은 나를 내가 스스로 정의하고, 일관된 컨셉으로 보여주고, 가끔은 세탁까지도 한다. 캘리그라피를 통해 철학을 표현하는 나, 입은 누구보다 거칠지만 감성 사진을 촬영하며 피드를 채우는 나, 헐랭하고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캐릭터지만 시를 쓰는 나.. 이런 것들이 있겠다.

나의 취향과 표현이 곧 내가 된다. 그것은 바뀔 수도 있고, 또다른 자아는 언제든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

쇼미더머니 이전 시즌에서 심사위원급이었던 매드클라운이, 복면을 쓰고 '마미손'으로 출연

실제로 매드클라운은 왜 마미손으로 나왔냐는 질문에 '아티스트가 새로운 음악을 하고자 할 때, 대중들이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기 때문에, 편견을 깨고 싶어서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매드클라운은 힙합을 하는 랩퍼였지만, 대중가요를 하는 소속사(스타쉽)에 있으면서 대표곡이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계속 아쉬웠을 거다. 그것을 타파해보고자 복면을 쓴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그리고 김태호PD는 이런 문화를 지상파에 가져오고 유행시켰으니,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다!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의 부캐가 나오고, 네이버에서 프로그램 검색을 했을 때 출연진에 유재석과 유산슬이 분리되어 나왔다. 정말 이 사람은 본질을 뚫고 있구나, 멋있다고 생각했다.

유산슬(유재석)도, 다비 이모(김신영)도, 린다G(이효리)도, 한동안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냥 연예인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공급자가 만든 유행이 아니고, 요즘것들이 이런 문화를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다가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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