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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토끼 Apr 29. 2024

세상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이  키우기

(7년 전 글이에요^^)


정신적인 면에서 아이와 어른을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는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자기중심적이고 유아적인 사고가 강한 반면 어른은 상대방이 미처 말하지 않아도 그의 고 입장까지 헤아리는 데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아이 같은 기질이 강해 20대에 엄마가 되면서 내 상처와 내 문제만 크게 보였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 폭넓게 교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가 얼마나 풍요롭고 제대로 갖춰진 환경에서 행복하게 결혼생활도 하고 두 아이 육아를 하며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울타리가 되어준 이 사회에 부채를 갚는 마음으로 미약하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나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었다.  


한 때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 영원할 것 같던 육아의 시간도 어느덧 시간이 흘러 두 아이들이 1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늦어지지만, 나에게 주어지는 여유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 덕에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봉사 활동을 최근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과거 우리 엄마세대들에 비해 본인의 커리어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워킹맘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녹색 어머니회나 샤프론 봉사단 같은 활동, 야외 활동의 도우미로 학부모를 필요로 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해 전업맘과 워킹맘 사이에 피치 못할 갈등도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상호 보완적인 개념으로 다가서는 게 맞는 듯하다.


정작 내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해도 일과 시간에 쫓겨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워킹 맘들을 위해 나는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웃 아이들도 함께 돌본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자진해서 학교 내외의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굳이 학부모 임원이라는 것을 맡지 않더라도 엄마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진해서 학교일에 나서다 보면 묵묵하고 조용하게 봉사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이것이 은연중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다들 잘 알겠지만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은연중에 보고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가끔 두 아이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봉사란 내가 시간이 있을 때만 하는 선택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적인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어 흐뭇해진다.


나는 여유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기도 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생각을 주고받기를 즐기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스타일의 ENFJ다. 언젠가 신랑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퇴직하고 나면 인생 2막으로 향 좋은 커피를 파는 동네 골목의 아지트 같은 예쁜 북카페를 오픈하고 싶은 꿈을 막연하게라도 가지고 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런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실무 경험이 중요하기에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틈이 생기면 문화센터나 관련 협회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배웠다. 운이 좋게도 지난해 천주교 관련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성동 청소년 수련관 카페에서 커피 관련 봉사를 할 기회도 주어졌다.

카페가 집에서 멀지 않고, 시간도 주 1-2회 반나절 정도라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지금도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곳은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추출해서 판매하는 곳인데 나는 카페 일일 매니저로서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행여 손님들과 있을 불미스러운 상황을 조정하는 백업 인력으로서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카페 일이 익숙지 않아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봉사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릴 정도다.  다소 무미건조하게 매일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카페에 나가게 되면 일부러 들른 반가운 단골손님을 만나기도

하고, 본인의 위치에서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장애인 바리스타들을 보며 나 또한 많은

위로와 삶의 용기를 얻게 된다.


성장하려고 제아무리 육아서를 많이 읽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거나 듣더라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지라 똘똘하고 건강하게 커주는 두 아이들에게 가끔 욕심이 스멀스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 바리스타들과 함께 있다 보면 그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복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봉사를 하게 되면 타인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나 또한 감사의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에서 귀가를 하게 되니 그 사랑을 또다시 가족들에게 나눠줄 수가 있다. 내가 느낀 봉사의 장점은 결국 좋은 에너지의 선순환이다.


신이 모든 곳에 갈 수 없어 엄마를 두었다는 말이 있다.  엄마를 직종으로 본다면 평생 서비스직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어느 신부님이 강연에서, "굶주림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 사람을 위한 봉사도 생명을 구하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각자의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을 잘하는 것도 이 사회를 위한 진정한 봉사라고 할 수 있다"는 말씀이 정말 와닿았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스스로 마음을 맑게 하고, 사회라는 정글에서 지쳐 돌아온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품어준다면 그것 또한 우리 사회를 위한 큰 봉사가 된다.


누가 내게 결혼의 정의나 자격을 물어본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위해 기꺼이 봉사할 마음이 있는지를 점검해보라 한다. 결국 남자든 여자든 결혼생활 자체가 봉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타인에 가까운 시댁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봉사에서 우러나오는 정신일 것이다.  계산을 하는 머리가 아닌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난 배려 깊은 사랑으로,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부모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늘 그 소명을 성숙한 자세로 감사히 받들고 오늘도 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사회 구성원로서 나의 일상에 충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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