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선 Sep 12. 2024

작은 차이지만 고급유가 들어가요

가끔 탈 거면 스마트 포투가 내 취향 #01

스마트 포투를 타면서 어떤 것이 가장 불편하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고급유를 넣는 거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고급유를 넣는 자체의 행위, 혹은 고급유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고급유를 넣을 수 있는 주유소가 많지 않아서 어디 멀리 다닐 땐 근처에 고급유를 넣을 수 있는 곳을 확인해야 하고, 주유소를 찾지 못할 수 있으니 기름이 떨어지지 않게 늘 가득 채우고 다니는 것을 습관화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차 얼마나 달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최고 속도가 아닌, 주유를 가득 채우고 몇 km를 달릴 수 있느냐를 먼저 떠올린다. “부산까지는 거뜬하게 갈 수 있어요. 물론 왕복은 어렵겠지만요.”라고 엉뚱한 답변을 할 때가 많았다.


스마트 포투를 타기 전까지 고급유는 무조건 고급 차에만 넣는 거로 생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고가, 혹은 큰 자동차들이 고급유를 넣어야 하므로 고급 자동차가 넣는 기름이 고급유라는 것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사실은 고급유가 고급 차에만 넣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엔진 성능을 위해 넣는 연료다. 저가의 차 혹은 작은 차라고 해도 엔진 종류에 따라 고급유를 넣어야 하는 차가 분명 존재한다. 스마트 포투가 바로 그런 차다. 고급유를 넣는 가장 작은 차로 잘 알려져 있다.


고급유를 넣어서 그런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마트 포투는 경차인데도 불구하고 힘이 정말 좋다. 액셀을 밟으면 빠르게 나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빠르게 멈추고, 더 빠르게 달리고 싶으면 원하는 만큼 빠르게 나갈 수 있다. 기분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분 탓이면 어떤가. 


모든 ‘고급’을 착용하거나 보여줄 때, 고급에서 오는 편안함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과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가져오는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더 잘나 보이는 것 때문에 고급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타인보다 자신의 만족으로 위해 선택할 때가 많다. 아무도 보여주지 않을 가전제품을 사면서도 살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고급스러운’ 것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한 선택이지 않은가. 그러나 모든 고급스러운 것들의 단점은 참 많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고가의 상품이라는 점이고, 또 다른 단점으로는 희소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정말 갖고 싶거나 돈이 있더라도 물건이 없어 못 사는 것이 더 많은 것이 ‘고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나는 스마트 포투에 넣는 ‘고급유’를 바라볼 때, 가격이나 성능을 떠나 ‘희소성’으로의 고급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정말인지 고급유를 넣을 수 있는 주유소가 이렇게나 없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트위지만 운행했을 땐, 외부에서 충전할 곳이 거의 없어서 휘발유를 넣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면 널리고 널린 주유소에서 편하게 주유하고 달릴 수 있어 좋을 거로 생각했다. 실제로 이전에 내연 자동차를 타면서 몇 초, 혹은 몇 분이면 주유가 다 되는 턱에 기름이 부족하게 다녀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 포투를 운행하면서 주유소가 많아도 알맞은 기름을 찾지 못하면 전기차의 충전을 하는 것만큼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고급유를 넣는 수많은 차들 중 유독 스마트 포투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다. 차가 도심형 초소형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연료탱크가 고작 33L여서 고급유를 넣는 다른 자동차보다 더 많이 주유소를 방문해야 하기에 발생하는 일일 수 있다. 실제로 고급유를 넣는 다른 차들은 연료탱크가 스마트 포투보다 2배 정도는 클 것이다.


뭐, 상관없다.


나는 그냥 장거리 운전을 하기 전, 가장 먼저 주유소를 찾으면 된다. 일단, 지금 차의 주유를 가득 채운 후 신나게 달려, 돌아오는 길에 들를 수 있는 주유소를 또 들러 가득 채우면 될 뿐이다. 아주 먼 거리에 갈 때는 중간에 또 어떤 곳에서 주유소를 들를 수 있는지 미리 찾아 놓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주유를 할 수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될 일이다. 다만, 즉흥적 삶을 사는 MBTI의 ENFP 성향의 나에게 ‘미리 계획하는 것’이 어려울 뿐, 그것도 괜찮다. 우리나라는 어디서나 인터넷이 빵빵 터지고, 스마트폰의 데이터는 늘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히 검색하며 가까운 주유소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고급유를 넣는 차를 타는 사람들은 전국 어디에나 있을 테니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는 최소 1곳 이상 고급유 주유가 가능한 주유소가 있다는 점도 다행이다.


빵빵하게 기름을 채우고 또 달려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얼마나 달릴 수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