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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블루 Oct 27. 2024

상대방의 장점은 판단하지 않으면 드러난다

오랜만에 참가했던 책 모임에서 특이한 아이컨택 습관을 가진 분을 만났다. 


사람들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할 때, 아이컨택을 눈을 굴려서 하는게 아니라 고개를 돌리면서 하는게 아닌가.


양 옆에 대각선으로 4-5명이 앉아있었는데, 그 사람들과 정면으로 보기 위해 고개를 쉴새 없이 돌리면서 말을 한다. 마치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본인의 머리 방향을 제어했고, 말도 드문드문하는 바람에 약간의 기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할 때나 평소에 지낼 때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서, 익숙치 않음에서 오는 거부감이 들었다. 


책 모임의 규칙 중에 하나는 테이블을 돌아가면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인데, 특이하게도 남자들만 자리를 옮겨간다. 그래서 그 분과 자리를 바꿔가며 3번 째 이야기를 들을 때는 지루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문득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을 관찰하고 차분하게 내려놓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름 중저음의 목소리에 매력이 있다는 걸 점차 깨달았다. 특히 나래이션에 최적화된 목소리였다.


그 분의 말씀이 끝나고 나래이션에 딱 맞는 목소리인 것 같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본인이 3년 넘게 운영해온 유튜브에 나래이션을 직접한다는게 아닌가.


모임이 끝나고 이 경험을 돌이켜보니, 옛날에 코드 쿤스트가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스스로 '아 나도 저런 마음 가짐과 태도를 가져야겠다' 라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일기에도 그 말을 쓰고 평소에 저런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일기를 쓴 뒤로 1~2년이 지난 것 같은데, 우연히 책 모임에서 상대방의 아쉬운 점을 생각하지 않고, 배울 점을 찾는 경험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결국 내 무의식에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새겨넣고, 무던히 부딪히는 현실의 경험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걸 깨달았다. 이렇게 한 발자국 씩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관찰하는 건 생각보다 중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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