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란젤리나'로 칭하는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부부가 '미스터 앤 미시스 스미스(Mr. and Mrs. Smith)에서 인연을 맺은지 10년만에 다시 부부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By the Sea'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두 커플은 시리아 난민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등 일반 연예계 스타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많은 이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하지요. 이들의 삶에 대한 열정적인 태도는 와인에 관련한 행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프랑스 프로방스에 위치한 1,000에이커(약 120만평)의 와이너리 부지를 약 850억원에 매입하였습니다. 그 후 론 지방의 유명한 와이너리 샤또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을 소유하고 있는 와인 명문가인 페랭(Perrin)가와 손을 잡고 2012년 빈티지의 '샤또 미라발 로제 와인'을 출시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한 지 5시간 만에 6,000병이 모두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병 뒷면에는 'Bottled by Jolie-Pit et Perrin'(졸리 - 피트 그리고 페랭에 의해 병입되었음)라고 명시되어 있어 그저 이름만 건 것이 아닌 실제 와인생산에 관여하였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와인 제조를 맡은 마크 페랭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커플은 무엇이든 완벽을 추구한다.'며 '타협을 허용하지 않고, 와인의 품격을 정확히 꿰뚫는 예리함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톱 연예인들과 영화관계자들 중 상당수가 와인을 즐겨 마시며 자신이 즐겨마시던 와인에 매료되어 그 와이너리를 직접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지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마케팅효과만을 노리는 스타마케팅의 일환에 그치지 않고 포도를 재배하는 것부터 와인을 양조하는 데까지 직접 관여하며 와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로 유명한 스페인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2010년 리베라 델 두에로에 있는 '보데가 안타 나투라'를 인수하였고 이 와이너리의 이름을 '보데가스 안타 반데라스'로 바꾸었습니다.
2012년 6월에 자신이 생산한 '안타 반데라스' 2007년 빈티지부터 2011년 빈티지까지 총 7종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개하였다고 합니다. 아마 영화계의 거물들 중 가장 와인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마피아 영화의 최고봉인 '대부'와 '지옥의 묵시록'의 감독이자 영화산업의 거장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아닐까 싶네요. 25년째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코폴라 감독은 1975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포도밭을 구입한 이후로 끊임없이 와이너리를 다들였고 그가 소유하고 있는 와이너리 루비콘 에스테이트(Rubicon Estate)는 나파밸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는 '캘리포니아의 와인 대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고 그와 그의 와인의 유명세로 인해 엄청난 수의 방문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지요. 이로 인해 레스토랑과 테이스팅 룸이 딸린 와이너리를 소노마 지역에 새로 건립하게 되었고 그가 영화로 벌어들인 수입의 대부분을 와이너리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찌 보면 화려한 사교계의 주인공들인 그들이 한낱 '농부'의 일일지도 모르는 포도재배와 와인 만드는 일에 매료되어 사업까지 확장하게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도 그들이 영화를 통해 풀어내고자 하는 예술적 감성과 정신세계가 와인을 만드는 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땅을 사들이고, 땅을 일구어 포도를 힘들여 재배하고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맛과 향을 구현해내는 와인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들은 또 다른 그들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순수한 예술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녹아있는 영화인들의 와인.
이번 주말에는 영화관에 콜라 대신 조그마한 와인 한 병 가져가서 와인과 영화에 함께 살짝 취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