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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e Nov 04. 2015

노르웨이 일기

2015. 11. 03.

 ‘hangry’

 ‘manspreading’

 ‘solastalgia’


우연히 BBC 뉴스 기사에서 본 세 단어.


배가 고파서 화가 나면  ‘hangry’라고 하며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것을 ‘manspreading’이라고 한다.

위 두 단어를 보고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로 이게 있는 단어인가 하고..

위안(solace)과 향수(nostalgia)라는 말이 합쳐진 말인 ‘solastalgia’는 기후변화나 도시화로 인해 더 이상 볼 수 없어진 본인의 고향이나, 환경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용어인듯하다.

출처: http://www.bbc.com/future/story/20151030-have-you-ever-felt-solastalgia


노르웨이에 있으면서 다행히 hangry도 없고 manspreading에 대한 부정적 경험은 없다.

워낙, 지금 나는 잘 먹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한국보다는 어딜 가나 훨씬 더 넉넉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천천히 변하는 노르웨이를 볼 때 이들은 solastalgia 에 대한 감정을 얼마나 느낄까?

한국은 좀 심할 수도. 그래서 다들 제주도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지도.. 나 역시 제주도가 너무 좋았고.



천천히 변하는 줄만 알았던 이곳, 노르웨이도

부쩍 공사하는 곳이 3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보다 많아지긴 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도시화는 아닌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본 아파트는 7층이 현재까진 최고층이었다.

오슬로에서는 좀 더 보긴 했지만.

트롬쇠 고층 아파트

불편함 없이 살 것만 같은 이들도 저마다의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한국 같으면 9시에서 6시까지 일하고 보수 없이 더 일하는 것도 감당하지만,

이곳에서는 8시에서 4시 퇴근이고, 이보다 더 일하는 상황에는 철저히 보수가 지급된다.

어쩔 수 없이 일하라고 할 때는 아마도 보수가 몇 배 더 지급된다고 들었다.


많은 일이 생길 경우,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신속히 처리하고,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하려는 것 같은데

노르웨이 인들은 급한 게 없어 보인다. 단지 스트레스를 좀  받는다는 것.


그러나 일은 일이고, 이들에게는 여가 시간이 어찌 보면 더 알차 보인다.

여가 시간에 운동을 꼭 해야지, 여가 시간에 뜨개질을 꼭 해야지

그다음날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 눈으로 볼 때는.)


언니를 통해서 가끔씩 병원 환자들 얘기를 듣는다.

그중에서 치매 환자들 얘기를 들을 때는 참 신기하다.

'이렇게 편하게 사는 사람들도 늙으면 치매가 생기기도 하는구나..'

실제로 며칠 전 병원에 가서 휠체어 타고 가는 노인을 봤는데, 그냥 봐도 치매 환자처럼 보였다.

여기 노르웨이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지금 나는 도시이고 더욱 도시화되어가고 있는 고향을 떠나 이곳 노르웨이 한적한 마을에 있다.

분명 도시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바다가 보이는 버스 몇 대 없는 조용한 마을 같다.


오히려 solastalgia의 역작용인가?


그래도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서 조용히 생활하는 것은 긍정의 역작용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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