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ne Nov 13. 2015

노르웨이 일기

2015. 11.07.

Sommarøy


주말. 화창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


독일 가이드인 "에델"의 초청 덕분에 트롬쇠의 많은 섬 중에 하나인 Sommarøy 에 다녀왔다.

차로 왕복 약 2시간 거리를  이곳저곳 천천히 둘러보면서 토요일 하루를 여행하듯 보냈다.


아침부터 하늘이 예쁘다. 붉은 빛이 나지만 저녁 노을과는 다른 예쁨 돋는 하늘이다.

생활자모드에서 여행자모드로 바뀌어서 살짝 마음이 소풍 가는 아이스러워졌나 보다.

빨간 버스를 타고 독일 여행객 엘리자베스와 가이드 에델과 트롬쇠에서 출발한다. 따뜻한 옷을 입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평소보다 두텁게 입고 나갔지만, 발끝이 시려 계속 꼼지락 거렸다. 나름 동상 걸리지 않으려고 대처한답시고.


처음 도착한 곳은 트롬쇠의 어느 "fisherman"의 작업소다.

옛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어서 관광지로 안내하고 있는 듯하다. 여름에만 실제로 배 타고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실제 타는 배도 보고, 어부들이 혹은 고기 잡으로 오는 사람들이 오면 묶는 캐빈도 보고, 어부 할아버지의 작업실도 봤다.

할아버지는 여름에는 배타신다고 바쁘시지만, 겨울엔 이렇게 혼자 작품을 만드시기도 하고, 여름을 대비해 여러 가지 것들을 손수 작업하시는 듯하다. 할아버지의 손이 마냥 무뎌보이지만은 않는다.


Sommarøy로 가는 길 중에 아름다운 절경이 있는 곳을 에델은 잘 안다. 그런 곳을 지 날 때면 잠시 차에 내려 피오르드를 보거나 바다를 보면서 사진을 찍곤 했다. 엘리자베스는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전문가 포스를 내며 스피디한 셔터 소리를 낸다. 나는 손시려운걸 참으며 아이폰으로 얼른얼른 사진을 찍고 카카오톡으로 보낼 사진들을 몇 개나 건졌는지 확인해본다.

엘리자베스는 튀어 오르는 고래를 보고 싶어 했지만, Sommarøy 스칸딕 호텔의 신문에서만 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대신 순록이 운전 중에 2번이나 나타나 주어서 꿩 대신 닭으로 만족하지 않았나 싶다. 노르웨이에서는 도심이 아닌 곳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곳곳에 야생동물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엘크(moose) 그림이 그려진  표지판을 볼 수 있다. (Elk는 좀 더 크고 무서웠다.) 순록은 주로 가축이라는데, 이날은 순록들만 봤다. 엉덩이에 하얀 하트 무늬 털이 도도한 뿔보다 더 눈에 들어온다.

점심은 호텔에서 생선 수프를 먹었다.

연어랑 대구살코기가 씹히 크림수프인 '피쉬케 수파(Fiskesuppe)'는 노르웨이식 생선 수프로 이 호텔의 메인 메뉴이다. 나랑 에델은 무척  만족해하며 먹었고, 생선 냄새에 민감해서 참치는 싫어한다는 엘리자 베스는 반이상 남겼다.

든든히 먹고 나서, 이곳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언덕에 오른다. 노르웨이 산길이나 숲길은  폭신폭신해서 맑은 날 하이킹해도 관절에 무리가 없겠다. 비록 비가 오면 늪지대가 되기도 하지만.

다시 후식이 맛있다는 카페에 가서 와플까지 든든히 먹고 다시 트롬쇠 시내로 간다. 오후 3시인데도 금방 날이 저물어 저녁 10시쯤 된 것만 같다. 나는 해가 지면 오후 3시라도 저녁 10시의 상태가 되는 것 만 같다.  

Sommarøy에서 나오는 길에 차 한대만 지날 수 있는 다리가 있었다. 그래서 다리의 양쪽 끝에는 신호등이 있다.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리면서 드는 생각.

'한국 같으면 불편하다고 다리를 더 넓게 만들라고 컴플레인이 엄청 들어 오지 않을까?'

아담한 섬마을에 어울릴법한 아담한 다리다.

아담한 어촌 마을 Sommarøy.


Jeg er virkelig imponert!





작가의 이전글 노르웨이의 흔한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