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ne Nov 20. 2015

노르웨이 일기

19.11.2015

해가 점점 더  짧아졌다. 이제 10시쯤 되면 해가 뜨고 1시쯤 되면 해가 진다.

같은 노르웨이라도 오슬로는 훨씬 남쪽이라 오후 4시에 해가 지지만, 여기 트롬쇠는 이러다가 곧 해가 뜨지 않는 다크 시즌이 찾아온다.


다크 시즌이라도 눈이 내리면 눈 덕분에 밝은 빛이 감돈다.

곧 찾아올 다크 시즌과 화이트 크리스 마스가 점점 기대된다.


이곳 노르웨이에서 내가 한국과 달리 하는 것 한 가지와 하지 않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요리.

나는 한국에서 그다지 요리를 하지 않았다.

셰프 열풍이 불 때도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긴 했으나, 그게 다였다.

딱히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주변에 맛집도 많고 가족들이 해주는 음식들도 자주 먹을 수 있었고..

그래서 요리하는 것에 공들여 본 적이 없다.

엄마랑 언니의 음식 솜씨가 좋으니 나도 좋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끔 드러내곤 했다.


이제 점심 도시락으로 기본 샌드위치는 레시피 도움 없이 쌀 수 있게 되었다.

저녁을 하려고 하면 나름 한국 블로거들을 통해 요리할 거리들을 찾아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내가 한 음식이라곤 메쉬 포테이토, 김치비빔국수, 연어 마요 김밥, 떡볶이.ㅋㅋㅋ

여기서 한국음식을 하려고 한건 아닌데, 가끔 인터내셔널 샾에 가면 사게 되는 것들로,

얼마 전엔 부대찌개도 먹고, 스시랑 김밥도 만들어 먹고, 오늘은 떡국을 먹었다.


한국에서보다 한국식으로 음식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노르웨이 연어가 아무래도 맛있다 보니 연어구이, 초밥, 연어 김밥, 연어 샐러드, 연어 샌드위치 등 연어가 들어간 음식을 잘 먹게 되는 것 같다. 조만간 연어 회덮밥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제 오늘은 뭘 해먹고 내일은 뭘 해먹고, 그러려면 뭘 사야 하지, 등의 고민이 점점 익숙해진다.

대신 가까운 식당에 쉽게 찾아가서 먹거나 시켜먹거나.. 이젠 그럴 일이 거의 없다.

한번 레스토랑에서 1인분으로 먹는 식사 비용은 대략 400~ 500크로나. 그럼.. 한 끼에 7만 원 비용.

식재료를 사면 200~400크로나로 2,3일 정도 먹을 수 있다.

그러니,, 밖에서 약속 잡아서 식당에서 밥 먹느니, 집으로 초대해 먹는 게 서로 덜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또, 여기서는 남자들도 요리를 한다. 훤히 오픈해 놓은 창문들 너머로 보이는 저녁 요리하는 남자들의 모습도 이곳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한국에서 현 20대나 30대는 그래도 요리 잘하는 남자도 많고, 집에서 혼자  요리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주방의 것들은 여자들에 의한것들이 더 많다.


딱 부러지는 '카리'는 모든 가사 일을 반반씩 나눈다.

아무리 사장 남편을 둬도 가사일은 가사일로 반반씩!

매일 반복되는 가사일 중 하나가 저녁 요리니 카리가 날 보자마자

" You can cook for her(my sister)!"

라고 말하는 건 웃기지만 이해되는 말이다.


(여전히 언니가 더 많이 요리를 하고 더 맛있게 요리를 한다.)



메이크업.


어제는 꿈에  화장받는 꿈을 꿨더랬다. 뭔 일 이래.


한국에서는 일하기 전에 항상 30분 이상을 화장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하면 티 나지 않고 하지 않음 티가 나는 그런 화장.


여기서는 수분크림이 주 화장품이다. 가끔 선크림이랑 눈썹만 살짝 그린다.

화장을 하지 않는 게 하는 것 보다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대부분 한국 화장은 피부 표현부터 보정까지 세밀하게 하려고 애쓴다면,,

이곳에서는 주로 마스카라, 아이섀도 정도.


금요일 저녁 화려한 옷차림으로 십대, 이십 대들 이 풀메이크업을 하고 버스를 타면 굉장히 시선이 집중이 된다. 누가 봐도 파티장에 간다고 신경 썼다는 걸 알 수 있다.ㅋㅋ


왜 이렇게 한국이랑 다를까, 생각하면서 내가 주관적으로 만든 원인이 3가지가 있다.


1. 날씨가 변덕스럽다. 언제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모르는데, 화장하면 다 지워질  수밖에.

2. 어둡다. 밖은 해가 빨리 지고 당연히 어둡고 실내도 조명을 아늑한 것으로만 사용해서 한국의 환한 빛보다 어둡다. 그래서 화장 안 해도 다들 예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3. 예쁘다. 화장 안 해도 북유럽 아이들의 금발과 파란 눈, 긴 속눈썹,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예뻐 보인다. 대체로 예쁘다. (특히 화장 하나도 안 한 중, 고등학생들은 너무너무 예쁘다. )

노르웨이 청소년. 출처;구글

오히려,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풀 메이크업도 즐기고 굉장히 화려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듯하다.

아프리카의 문화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프리카에서 온 많은 학생들과 레퓨지에서 온 망명자들을 만나면서 생각했다. 이들의 가발, 옷, 구두, 액세서리는 모두 화려하고 늘 다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화려함과 특유의 아프리카의 흥(?) 그루브(?)가 잘  맞아떨어진다.

근데 가발이 계속 바뀌어서 가끔 얼굴을 못 알아 보기도 했다.

노르웨이에서도 여전히 아프리카의 문화가 그들 속에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여전히 동양인은 눈에 띈다. 화장을 하건 안하건 눈에 띈다.


갑자기 메이크업 얘기를 하다가 얘기가 샛다..ㅎㅎ


Hvor kommer du fr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