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
지금은 한국에서 도쿄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일주일간 한국여행을 했다.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말이 되었다.
“한국여행”
나는 이제 한국을 여행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처음 일본에서 한 반년 살고 한국으로 갔을 적 모든 게 어색했다. 한국돈이 없어 한국에 도착해 엔을 원화로 바꿔야 했고, 당장 핸드폰이 되지 않아 도착해서 부랴부랴 핸드폰의 sim을 잠시 정지해 뒀던 한국 sim으로 바꾸고 114에 전화해 일시정지를 풀어야만 핸드폰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왔는데도 모든 게 갑자기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한국에 와 있는 이방인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돈도 없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 얼른 환전을 하고 핸드폰을 정지를 풀었다. 공항 도착하자마자는 홀린 듯 들어간 편의점은 신세계처럼 느껴졌었다. 원래는 마시지도 않았던 바나나 우유를 사고 인증샷을 찍었었다. 그렇게 6개월만이 한국에 온 나는 평생을 살던 한국이 신기하게 느껴졌고 그때부터 나는 한국은 여행을 하러 오는 곳이 되었다. 내 인생은 그렇게 변하게 되었다.
지금, 한국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매해 일 년에 2번 이상은 한국을 가면서도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만큼은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뭐라 설명하는 게 맞을까. 익숙한 곳을 떠나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간다. 그건 그냥 가만히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느낌이겠지만,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곳으로 간다는 건 그냥 잠시 오고 가는 그런, 별다를 거 없는 일상의 이어짐의 문장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가 않다. 엄마아빠가 사는 내 고향 제주집,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변하지 않는 가족이 사는, 내가 크고 자란 제주의 집은 내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다. 그곳에서의 나에 자아와 현재 내가 살고, 일하고 새로운 친구들로 가득한, 한국의 인연들과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내가 혼자 이루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도쿄에서의 나는 제주에서의 나와는 또 다르다. 어떤 게 나고 어떤 게 내가 아닌 건 아니다. 모두 "나"이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 배경에 따라 다른 역할로 일상을 살아가기에 모든 게 나지만, 또 다른 나이며 모든 공간과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익숙하다. 그래서 제주에서 도쿄로 돌아가는 건 정말이지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곳으로 다시 떠난다는 말이 맞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여행을 끝나고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저 여행지를 갈 수 있을지 말지, 이번 여행이 마지막일지 말지 모르는 기분을 안은채 돌아가기에 오는 아쉬움과,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오는 그 불편함으로 인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온다. 그래서 여행에는 여정의 시작과 끝이 있다. 그런데 내가 도코에서 6년을 살면서 휴가를 얻어 한국으로 갔다 돌아오는 건 여행이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공간으로의 이어 짐이기에 그 여행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말이 참 복잡하지만 그렇다. 일상이 그냥 이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쿄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뒤따라 온다.
엄마는 내가 도쿄로 돌아갈 적이면 늘 공항 안까지 따라오신다. 내가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다 내가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난 후에 돌아간다. 나는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뒤돌아 엄마에게 3번은 인사하고는 그렇게 출국장 안으로 들어온다. 매번 헤어짐의 인사를 건네는 엄마의 모습 때문에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 엄마는 결혼 이후 평생을 가정 주부로 살아왔고, 자식들을 보살피는 것이 엄마의 역할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다. 그 보살핌이 어쩔 때는 나를 조여 오고 그 보살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또 그것이 어쩔 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받고 자란 아이”로 내가 커올 수 있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가지는 가장 큰 정서적 안정은 엄마의 그 지지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로부터 온다. 참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뭐든 양면의 모습을 지닌다. 내가 도쿄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유독 마음이 이상한 건 엄마와의 공항에서의 3번의 인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를 보면 늘 그렇게 몽글해지는 마음이 든다. 내가 왔다 간 후 한 2-3일간은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는 엄마. 굳이 굳이 공항까지 따라와 티켓팅이며 짐 붙이는 것을 보고 출국장에 들어가는 나를 보고 혹시나 엄마가 갔나 뒤돌아 보며 3번의 인사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를 보고 돌아오는 도쿄의 길이라서 내 마음이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곳으로의 여정이라고 한국여행을 표현했지만 어쩜 내게는 익숙한 장소가 아무 곳도 존재하지 않기에 이상한 마음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정착할 곳이 없는, 아직도 40대인 내가 집이라고 표현할 장소가 없기에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곳으로 오고 가고 하고 있지만 사실 정작 어느 곳도 익숙하지 않고 정착할 곳이 없다는 생각에 내 마음이 이상한 것일까.
우리는 내 집, 내 고향과 같은 내 자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평생 정착을 갈망하면서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한국에서 도쿄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