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O: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2024년 5월 말에 쓰는 일기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포모는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 또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된다. 나 혼자 모르면 소외감을 느끼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심리를 일컫는 말이 FOMO(fearing of missing out,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증후군이다.
FOMO라는 말은 아마도 한 5-6년 전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냥 심플하게 이야기해서 유행을 따라 하지 않으면 불안한 그런 심리가 아닌가 싶다. SNS가 우리 일상에 침투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쓰고 먹고 즐기는 것들을 수시로 체크하게 되었고, 내가 이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될 때 오는 그 두려움. FOMO라는 말이 생기고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란 말이 나올 정도면 전 세계적으로 요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겪는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 사회적 현상이라는 그것에서 예외이고 싶지만, 불행히도 예외는 아니다. 또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주변에 유행이라던지 누군가가 무얼 한다고 해서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사람은 그 사람으로, 나는 나로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단단한 마음을 가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속 다른 이들의 삶을 보며 혹시라도 내가 놓치고 사는 것이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확인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휴가 철이며 여행도 가야 하고, 인기가 있다는 것을 해보기도 해야 하고, 맛집을 찾아가서 먹었다는 인증도 해야 하고, 유행한다는 옷들을 사기도 해야 한다.
여기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그걸 좋아하는 걸까?”, “내가 그 경험을 할 때 즐거운가? 행복한가?”
“그 돈을 쓸 만큼 내게 가치가 있는 걸까?”
감정의 코어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감정의 코어를 단단하게 하려고 연습 중이다. 뭐든 휩쓸려 유행하는 것들을 사고, 맛집에 무작정 줄을 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걸 하면 즐거운가 하는 나의 감정 코어에 대해서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의 코어는 쉽게 쉽게 무너질 때가 많다. 연휴 때 아무 계획 없이 방구석에 있는 나 자신이 초라해질 때가 있다. 골든 위크* 주간에 모두들 어딘가로 떠나는 듯하다. 나만 아무 계획 없는 듯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게 물어본다.
“내가 만약 골든 위크 주간에 어딘가로 떠났을 때 행복할까? 내게 행복을 주는 걸까?”
아마도 아니다. 어딜 가도 사람이 북적일 것이고, 당연히 티켓값은 평소보다 많이 나올 것이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 무얼 하나 제대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고,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수시로 내게 물어보고 확인하고 알아가 보는 것. 그것을 지금부터라도 해보자. 감정 코어는 나를 단단하게 할 것이다. 누군가가 먹은 오카마세 맛집 인증을 보며 부러운 감정이, 나만 오마카세를 먹지 못하는 것 같은 괜한 자격 지심이 생기지 않게 된다. 오마카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없다. 나도 좋아한다. 하하
대신, 용기 내어 내가 좋아하는 건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해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해보기.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현재 이 시간은 오지 않는다. 올해만 존재한다.
나는 초여름밤 분위기를 좋아한다. 초여름밤만이 주는 그 모든 감성이 좋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분 좋은 바람, 슬쩍 어두워졌지만 푸릇푸릇 모든 게 선명한 식물들이 어둠 속에서도 뚫고 나오는 청량감, 길어진 해로 인해 좀 더 활동적이게 된다. 이 모든 게 좋다. 청춘의 느낌이랄까. 내가 40대에도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인 아직도 청춘을 놓지 못하는 청춘이라는 덫. 어찌 되었든 그 청춘의 싱그러움이 왠지 모르게 초여름밤 분위기와 닮아있다. 이 초여름밤을 즐기기 위해 나는 종종 일 끝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친구와 약속을 잡아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을 하려고 한다. 밤에 산책도 한다.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장소는 집 근처에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라는 곳이 있는 데 그곳 테라스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초여름밤에만 가능한 일이다. 테라스 옆에 스타벅스가 있어 덕분에 와이파이까지 공짜로 연결할 수 있다.
초여름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일. 이 보다 완벽한 조합은 없다.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내가 무얼 할 때 나는 정말 즐거운가. 내게 즐겁고 행복감을 주는 것은 대부분은 사사로운 일들이다. 이렇게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음료수를 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앉아 글을 쓰는 것과 같은. 감정 코어가 생기면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대신 좋아하는 것은 꼭 해봤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게 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음악 페스티벌에 너무 가고 싶고 그것이 내가 꼭 하고 싶고 내가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면 꼭 가보고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 경험이 우리의 1년을 혹은 더 길게 우리의 일상을 지탱시켜 주기 때문이다. 같이 갈 친구가 없다면 인터넷에서 동행을 구해보라고 하고 싶다. 이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게 불편하다고, 나는 I라서, 나도 안다. 나도 이런저런 핑계로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을 놓치고 살았었다. 지금도 그것을 극복하는 수련 중이다. 그래, 모든 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뭐 대수인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약을 했다. 아직 결과는 모른다. 일본은 콘서트 티켓을 예약하는 것이 추첨 방식이다. 오늘 처음으로 팬클럽에 가입을 했고 일본에서 콘서트 일정이 나와 콘서트 예약을 했다. 이 나이에, 혼자서, 괜찮을까 온갖 생각을 하다가,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이기에 주저 없이 우선 예약해 보았다. 당첨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7월 말에 하게 될 콘서트에 나는 가게 될까.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이것이 내게 행복감을 줄까?
내가 내게 물어보며 좋아하는 목록들을 만들어 보고 있다.
*골든위크, 황금주간, 봄의 대형연휴는 일본에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공휴일이 모여 있는 일주일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