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nda Sep 16. 2024

이룰 수 있는 목표들

내가, '10킬로를 빼야겠다', '체력을 다시 올리겠다'와 같은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건강한 삶을 사는 내게 집중하자'라고 그런 건강한 라이프를 즐기는 나 자신에 먼저 빠져 있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10킬로를 빼겠다'는 목표 역시도 어쩜 이룰 수 없는 먼 미래이자 내가 서있지 않는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그런 지금 내 모습이 아닌 어딘가 모를 내가 있어야 할 세계에 대한 동경, 현재의 나는 내가 아닌 것에 대한 불평의 원인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자는 목푯값 재설정은 내가 새롭게 쓰게 되는 40대 성장 일기가 되었다.


건강한 삶을 사는 내게 빠져 있는 것, 내가 살이 빠지는지 정말 체력이 느는지는 모르겠다. 건강한 재료로 음식을 해 먹고, 매일 30분씩 유산소를 하고, 일주일에 2-3번은 근력 운동을 하고, 따뜻한 차를 수시로 마시는 그런 일련의 행동들은 정말로 내가 당장 이룰 수 있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다. TV를 누워서 볼 것인지, 아니면 사이클을 타면서 볼 것인지하는 목표는 내가 진짜 이룰 수 있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1년 후에는 10킬로를 빼자와 같은 목표는 내게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동일한, 현재에 나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선상의 문장이라는 것을 이제야, 40대 성장통을 지내며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에 아마도 모든 문제의 시작은 관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쩜 아무 관계를 맺지 않는 삶 속에서도 혼자여서 슬픈, '왜 나는 아무 관계도 맺고 싶지 않는가'로 이어지는 고민을 가져다 주기에 우리 삶의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로 인해 평생 괴로워하며 이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일 수 도 있겠다.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려는 습관을 버린 것, 

내가 현재를 나를 인정하는 그런 생각의 연장으로 시작된 것이다. 


주말에 만날 친구가 없다고, 불편을 친구 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었다. 어떤 날은 주말에 만나 술한 잔 기울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한 적도 있었다. 예전에 그럴 때면 괜히 친하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심지어 예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나 썸관계에 있었던 남자에게까지 연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만남은 이불 킥하는 흑역사를 남긴다. 당연히도. 


나는 불편한 관계는 끊어 가기 시작했다. 불편한 만남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했다. 나의 자존감을 깎아 먹는 친구도, 지루하게 이어가며 명확한 관계를 정의하지 않는 썸남과의 관계도 말이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어도 이 친구를 안게 얼마나 오래되었는데, 유일하게 주말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인데 하는 자기 연민 때문에 친구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매번 만남 후에 불편한 마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끊지 못했던 친구,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질질 끌기만 하던 그래도 데이트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안도하면 가늘게 몇 이어가던 연락만을 기다리던 썸남과의 관계도 모두 끊었다. 


그 순간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언가 완전하게 혼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연습이 필요했다. 나는 혼자서 산책을 하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며 조금은 외롭지만 혼자서만의 시간을 가져갔다. 단지 주말에 심심하지 않기 위해 이어갔었던 관계들에 대한 변명을 하면, 막상 바쁘게 일하며 지내는 주중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 주말이 되면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과 혼자라는 생각이 나를 잡아먹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혼자 잘 지내는 연습. '좋은 인연은 때가 되면 올 것이다'라는 마음 훈련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연습이 하루하루 쌓이고 혼자서의 외로운 시간과 싸우다 보면,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편해져 버린 오히려 혼자서 더 잘 지내는 그런 상태가 되어 가게 된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런데 신은 참 신기하다. 혼자서 지내는 게 견딜 수 없게 힘들 때는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연락이 오지 않았던 것만 같았는데, 주말에 내가 먼저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 오기도 하고, 정말 우연히 참여한 모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롭게 친구들을 만나는 일들이, 주말에 약속이 차버리게 되는, 그런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건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운이다. 신이 나를 지켜보기라도 하는 걸까? 기운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하루를 단단하게 살아가는, 하루를 너 없이도 혼자서 단단하게 살아가는 연습. 당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과 일들이 뜻밖의 순간에 펼쳐질 것이다. 신은 정말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전 03화 조금씩 변하는 취향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