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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Sep 19. 2024

덕질 그 중심에 서 있다.

최근에 트위터(x)를 보다가 이런 글을 보았다.


내 삶이 힘들 때 버티기 위해 가져야 할 세 가지 종류의 취미

1. 무언가를 만드는 취미

2.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적인 취미

3.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취미


최근 내가 하고 있는 두 번째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적인 취미"는 바로 아이돌 덕질이다. 남자 신인 아이돌 그룹에 푹 빠져있다. 아들 같은 나이벌의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 자신에 문득문득 현타를 맞기도 하지만, 이게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일단 지금부터는 내가 이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느낀 여러 장점들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누군가는 공감을 못할 수도 있지만, 덕질의 주어가 꼭 아이돌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덕질을 해본 누구라면 덕질이라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소비적인 취미를 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최근에 몇 년간 바라는 것 없이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한 적이 있나 싶다. 아무런 보상 없이 주는 것만으로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된, 물론  화면 속에 모습은 모두 거짓일 수 있다. 미디어 속 그들은 기획사의 전략에 의해서 철저하게 연기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근데 굳이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좋아할 수 없지 않을까. 그냥 드라마를 보듯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며, 아무런 조건 없이 좋아하고 응원하고 있다. 얼마만의 느껴본 감정이려나. '내 감정이 메말랐나', 하는 그 시점에 그렇게 불현듯 덕통사고라는 말이 있던데 그런 것을 당한 듯하다. 하하. 예고 없는 입덕. 그리고 이 덕질의 시작으로 하여금, '아 나도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끼며 소녀시절 HOT를 좋아하던 순수한 내 열정을 깨워주었다. 오버 보태서 고맙다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이다.


또한 내가 입덕한 아이돌은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돌이기에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된다. 이 아이돌이 추구하는 컨셉이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같이 성장하고 우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 줄게". 매일같이 그들의 소식과 영상들을 찾아보는데, 정확히 이 성장 전략과 마케팅이 나를 관통했다. 영상 속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 처음 갖게 되는 팬콘서트,

- 처음 서게 되는 무대,

- 처음 만나보는 가수 선배님들,

- 처음 가보는 파리 등등

모든 걸 감사해하고, 내가 여길 온다고, 내가 이걸 한다고 하며 신기해한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내 어릴 적 순수함을 일깨운다. 나도 모든 게 신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누리는 것과 내가 20대 초반의 누리던 것은 물론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인간이 가지는 그 근본의 본성, 우리가 청춘을 그리도 갈망하고 아름답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지점이 아닌가 싶다.


- 20대 초반 처음 친구들과 했던 해외여행에서의 설렘과 신기함과 어리숙함,

- 처음 가봤던 고급 레스토랑,

- 처음으로 출근했었을 때 지하철로 가던 그 길,

- 그리고 출근길 먹었던 트럭에서 팔던 토스트를 먹었을 때 직장인이 되었다는 그 감격.


그때는 모든 게 신기하면서 어리둥절했고 또 어색했다. 동시에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덕질을 하면서, 이 친구들을 보며 이제는 내게 익숙해져 버린 모든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나도 뭔가 열심히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느끼게 해 주었다. 정말이지 그렇다. 나도 순수하게 재지 않고,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열심히 할게요!"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시대적 오빠들을 좋아했을 때는 오빠들이 나오는 잡지를 사서 보고 앨범이 새로 나오면 레코드 가게 가서 일등으로 CD를 사곤 했었고, 문구점에 가서 오빠들이 나오는 엽서(요즘 포토카드 같은 게 우리 때도 있었다)를 샀었는데 여전히 그 문화가 동일한 듯하다. 각종 쏟아져 나오는 앨범들과 여러 사진을 사는 것들을 보면 말이다. 동시에 요즘 덕질은 내가 쫓아가기에는 너무 어렵고 모르는 세계이기도 하다. 유투부 영상을 열심히 찾아보고 인스타를 팔로잉하고 위버스라는 앱을 깔았다. 이 아이돌이 일본에서 팬콘서트를 한다기에 처음으로 팬콘서트라는 것을 예약했다. 당연히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예약했다. 쉽지가 않다. 뭐 당연히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대체 뭐가 참 많다. 쫓아가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뜨문뜨문 정신 차려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웃기지만 어쩌란 말인가. 이게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것을.


얼마간 이 덕질이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적인 취미. 대가 없이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 내게는 40대에 처음 해보는 순수한 덕질. 또 다른 나의 성장이다.
 얼마간 이게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다.


주의 사항) 물론 너무 과몰입은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현생파탄을 줄 수 있다. 적당한 몰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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