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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Sep 12. 2024

조금씩 변하는 취향들

취향은 변한다. 경험이 쌓이고 유행이 변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취향이 변한다.


6개월 전에 좋아하던 것들이 실증이 날 수도 있고 예전에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들에 관심이 두기도 한다. 좋아하지 않던 취향을 억지로 쫒을 때도 있었다. 다들 좋아한다 하니 왠지 나도 좋아해야 할거 같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

 나의 모든 관심은 건강에 쏠려있다. 몸이 건강하자라는 것, 체력을 키우자 하는 것도 맞겠다. 그런데 그냥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취향이 생겼다. 참으로 웃긴 말일지 모르겠지만 실제 건강해지는 것에 의미를 둔다기보다는 그냥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보내는 그 하루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 말이 이해가 갈지는 모르겠다. 그냥 나는 내가 오늘 하루 건강한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에 온 관심이 쏠려 있다는 것이다.


재택을 일주일에 며칠 할 수 있기에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배달을 시켜 먹는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 오트밀을 통한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유투부에 다양한 레시피를 찾아 이런저런 집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저당 초콜릿이라던지 저당 디저트들을 시도해 보고 있다. 이게 지겨워지면 야채와 고기를 이용한 요리도 해보고 있다.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운동을 하려고 하고 있고, 어제는 폼룰러를 사서 집에서 폼룰러를 이용한 스트레칭 및 마사지를 해보았다. 곡소리 날 정도로 아픔을 느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매일 이렇게 살지는 못한다. 물론 어떤 날은 친구를 만나 밤새 술을 마신적도 있고, 그런 날은 집에서 꼭 라면으로 숙취를 해소한다. 하루종일 움직임이 하나도 없을 때도 있다. 본성이 게으른 나에게는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맞다. 일반 시중 보다 약 3배 정도 비싸지만 잇몸에 좋다는 치약으로 치약을 바꾸었고, 좋은 꿀을 사서 하루에 한잔씩 마시고 있다. 그래, 이런 건강한 삶에는 사실 돈이 조금 들기는 한다. 이래저래 건강한 것, 조금 더 나은 것에는 비용 지불이 필요하다. 40대가 되고 나서 이전보다는 경제적이 여유가 생겼기에 이런 흔히 마트에서 일반 야채 대 오가닉 야채의 선택의 기회에서 주저 없이 오가닉을 선택하게 될 수 있던 것, 조금의 여유가 생겼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다.


건강해지고 있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하루하루 건강한 삶을 사는 그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1년 후가 되면 알 수 있겠지. 하루하루 내가 먹고 나를 채우는 내 몸에 뭔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아무 변화가 없어도 좋아라고 이야기하는 건 거짓말일 수도 있겠다. 변화가 없이 하는 노력은 때론 좌절을 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건강한 삶을 사는 나 자신에게 보다 취해있다는 말이 맞겠다. 결과는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얻은 삶의 경험이다. 그런데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 결과가 나타나있다. 근데 누군가에게는 한 달이지만 또 누군가에는 1년, 2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속도란 모든 이들에게 어쩜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끝은 또 공평할지도. 속도의 차이일 뿐.


강제로 변하는 취향도 있다. 나는 10대부터 20대 때까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고 묻냐면 분홍색, 핑크색을 단 1초의 주저도 없이 외치던 사람이었다. 뭐를 사던 핑크색이 나의 일 순위였다. 예를 들면 필통을 하나 사게 돼도 다른 색을 보이지 않고 우선 바로 핑크색을 골랐다. 그런데 어쩐지 핑크색은 소녀들의 전유물같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오해인 걸까. 어는 순간 핑크색을 좋아하는 색으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하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되었다. 소품을 살 때 주저 없이 핑크색을 고르던 나는 이제는 주저하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핑크는 더 이상 좋아하면 안 되는 색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어쩐지 여전히 나는 핑크색이 내 첫사랑 마냥 그렇게 아련한 색이 되어버렸다. 정말 웃기게도 말이다. 이런 내 생각이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여전히 핑크색을 좋아하는 30대 후반이 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편견이 없다. 그냥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색이 크게 핑크색에서 빗겨나가지는 않았다. 지금 좋아하는 색은 핑크보다 조금 진한 빨간색이기 때문이다.



40대가 되면서(혹은 시간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취향과 생각들을 나는 오늘도 하나씩 나를 배워가고 알아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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