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wook Apr 03. 2017

"일어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임산부석 #노약자석 #당연하게하기

35세 만삭의 임산부. 지금의 나다.


가끔 약속이 있을 때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건 힘들다는 거다.


사람이 많을 때면 배가 나왔어도 임산부석을 앉기는 더욱 힘들다. 고개를 푹 떨구고 아예 쳐다보지 않거나, 보고도 모르는척을 하니. 성별과 관계없이. 제일 편한 자리이기도 하고. 이럴바에는 조금 불편한 자리를 임산부석으로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


내가 임신을 하지 않았을 때,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을 비워두라는 방송을 들을 때마다 의아했다. 웬 낭비인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임산부석이나 노약자석을 비워둬야 하는가?


난 사실 효율을 위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리의 주인격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앉지 못하는 건 문제다.


자리를 양보 받지 못하는 임산부나 노약자들은 분개한다. 하지만 비켜달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근데 비켜주는건가? 아니다. 당연히 앉아야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앉는 것이니 단어의 쓰임도 바꿔 쓰여야 한다.


"일어나 주세요."라고. 

물론 "감사합니다."라는 고마움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을 만들어 놓고 비켜주지 않을 것을 예상하면서 자리를 비워두라고 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주는 사람이 드물 수 밖에.


캠페인은 좀 더 적극적이고 당연해야 한다.


모두가 아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거였지. 하는 인식이 들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이들이 공감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그 혜택을 내가 받지 못할 것이란 의구심 때문일 거다. 그 자리를 일정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다수의 양보를 받는 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이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면 지금처럼 앉지 못해 힘들어하고, 피곤한데도 눈치보면서 앉아있는 일은  줄지 않을까.


만약 내가 대상이 안된다면, 내 아내나 딸, 가족 중에 누군가가 이 혜택을 받는게 너무나 당연하다면, 많은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줄거라 믿는다.


정부에서 박카스 광고보다 파급력 있는 센스를 발휘해서 "일어나주세요" 캠페인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부부의 연애] 애기맞이 첫 빨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