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꿈에
장례를 마치고 밴쿠버로 돌아온 후,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엄마가 김치 부침개를 부치고 있고 난 엄마 옆에 앉아 있었다.
언니는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너무나 평온하고 당연스러워 꿈인 줄 모르게 느껴지는 그런 꿈이었다.
너무 실제 같아서 꿈같지 않은 그런 꿈
엄마 옆에 앉아 난 이게 언제 구워질까 하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김치 부침개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잠이 깨어버렸다
나는 다시 그 꿈으로 돌아가고 싶어 잠이 들려고 몇 번이고 노력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꿈에 돌아가 엄마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엄마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어
해외에서 몇 년 동안 생활하면서
나는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히 빵이나 우유로 때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한국에 가면 엄마가 아침마다 차려주던 진수성찬은 나의 위를 버겁게 했다.
거기다 다들 날보고 살이 쪘다 할 때 엄마는 너무 말랐다며 나에게 꾹꾹 눌러 담은 머슴밥을 주곤 했다.
그러면 난 밥을 덜거나 찔끔 찔끔 새 모이처럼 반찬을 먹어대기 일쑤였고,
그런 나를 보며 엄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침마다 너 맛있는 거 해 먹이려고 내가 얼마나......"
멀리 사는 딸이 행여 한국 음식 잘 못 먹을까 봐 안타까운 마음에 아침부터 부선 스리 움직였을 엄마한테
순간 난 너무 미안해 그제야 맛있어 맛있어를 연발하며
적당히 잘 조려진 간이 잘 밴 갈치조림을 먹어 치웠다.
난 엄마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내가 한국에 갈 때마다 당연히 엄마는 나를 위해 요리를 할 것이고
당연히 나의 엄마 자리에,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다.
이제는 아침마다 들려오던 도마질 소리, 밥솥이 뿜던 증기와 온갖 요리에서 내뿜던 김들로 가득했던 주방,
활기차고 부산스럽던 주방에서 평온히 아침을 준비하던
엄마의 뒷모습은 내 추억 속에 점점 희미하게 존재할 뿐이다.
오늘도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길 기대한다.
엄마를 꼬옥 안아주고 백번이고 천 번이고 말해주리라.
엄마가 해준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