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이 미국은 미국인데, 워낙에 시골이라. 외식을 할 곳이 마땅치 않다. 물론 여기 사는 애들은 샌드위치랑 햄버거도 먹으러 가고, 스테이크 먹으러도 가고, 잘 먹고 다닌다만.
한국 식당도 하나 없고, 그 흔한 쌀국수 집도 하나 없고, 중국 음식점들은 위생이 별로고, 뭐 아무튼 그렇다. 먹으러 나갈 데가 없어, 별 수 없이 세 끼를 꼬박꼬박 만들어 먹는 형국이랄까.
그러다 보니 눈이 호강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좌절하지 말지어다. 우리에게는 금손 Ra님이 계시니, 바로 우리 옆집 언니다. 이 언니로 말할 것 같으면, 미국에 나와 산지 어언 15년. 이 시골 마을에서 산지 5년. 뭐든 눈으로 보면 만들 수 있는 금손 되시겠다.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비단 음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가구, 음식, 쏘잉, 그림, 모든 종류의 크래프트. 맘만 먹으면 다 만들 수 있는 신이 내린 금손이시다.
Ra님은 정신력 또한 강하게 무장되어 있으시다. 넘치는 열정과 추진력, 도전정신으로 우리에게 대접받는 식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보여주곤 하는 것이다. 그런 많은 식탁들 가운데 오늘은 디저트의 꽃, 컵케이크 되시겠다.
"어머, 너무 예쁘다."
"이런 걸 어떻게 만들어요?"
"아까워서 어찌 먹는대요."
요즘, 꽃 컵케잌이 인기란다.
전문적으로 베이킹을 배워본 적 없으시단다. 많은 레시피들을 독학으로 섭렵하여 자신의 감각을 얹어 만드는 컵케잌들. 아무리 금손이라지만 사람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만드는 컵케잌을 한 번에 짜잔 완성하는 법은 없을 테다. 그 안에는 끊임없이 시도해보는 시간과 노력과 끈기가 들어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쫌 고급지게 먹어야 할 것 같은,
잘 차려입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언니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진 컵케이크.
이유가 뭐든 너무 가라앉는 날, 가끔 있어 보이게 나의 일상을 포장하고 싶은 날, 언니의 컵케잌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