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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Oct 14. 2024

[ 제로의 시대 ]

Z-22 희망의 균형 - 바이러스의 공존

이안은 탐사 중 얼음 속에서 발견된 탄저균이 공기에 노출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수천 년 전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들이 깨어나기 시작했고, 이미 동물들이 감염되어 쓰러지고 있었다. 인류는 또 다른 팬데믹의 위협에 직면했다. 우한에서 발생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지금, 인류는 더 강력하고 치명적인 위협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코로나 사태를 겪은 인류는 이제 새로운 병원체의 위협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각국의 연구소들은 즉각적으로 바이러스 샘플을 분석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졌다.


“이 바이러스는 단순히 파괴적이지 않아.” 한 과학자가 말했다. “이 바이러스는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태계 변화를 촉진하고 있어.”


처음에는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공존을 돕는다는 발상은 기괴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되면서 더 많은 증거가 쌓였다. 새로 깨어난 고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들은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결된 채 잠들어 있던 생물들이 다시 살아나면서, 멸종된 줄 알았던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라졌던 늑대, 눈표범, 심지어 한때 멸종된 것으로 기록된 북극의 특정 식물들이 다시 자라났다. 그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채로 자연 속에 녹아들었다. 바이러스가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대신, 그들의 생태적 역할을 되살리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진화한 겁니다.” 이안은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연결된 회의에서 말했다. “바이러스는 단순히 파괴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자연의 일부분일지도 몰라요.”


그러나 인간에게는 여전히 위협이 되었다. 빠르게 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되었고, 전 세계의 의료체계는 코로나 때와는 달리 신속하게 대응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적 구조를 분석하여 인간에게 치명적인 부분을 약화시키는 백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인류는 이미 이와 같은 사태를 한 번 겪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자연은 스스로를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개발로 인해 파괴된 숲이 복원되고, 오염된 강과 바다가 다시 깨끗해졌다. 동물들이 돌아오고, 식물들이 번성하면서 자연은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 새로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해 막연한 공포만 느꼈지만, 이번에는 자연의 힘을 이해하고 그것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인류는 이번 위기를 겪으며, 바이러스가 자연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바이러스는 생태계를 조정하고, 너무 과도한 균형을 되돌리는 하나의 힘이었다. 인간은 그 사실을 외면해 왔지만, 이제는 그 속에서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몇 년이 지나고,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배우게 되었다. 더 이상 자연을 적대시하지 않고, 파괴하는 대신 지구의 흐름에 순응하며 함께 살아갔다. 바이러스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인류는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맺으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이안은 그동안 연구했던 자료들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자신이 지구를 바라보는 방식을 떠올렸다. "우리는 자연을 통제할 수 없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배웠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북극의 빙하 위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이 있었다. 얼음은 아직도 녹아가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생명은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인류도 그 속에서 새롭게 적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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