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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Nov 03. 2024

[ 제로의 시대 ]

Z-31 자폐스펙트럼의 아이

카이와 엠마는 넓고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향해 있었다. 엠마가 깊은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가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을 보면, 그들이 마치 우리 지구에 속하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마치 우주에서 온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우리와는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카이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들이 마주하는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보여. 마치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어떤 주파수나 파동과 교감하며, 지구의 존재를 넘어선 곳에서 온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엠마는 카이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우주를 떠돌다 돌아온 유일한 생명체… 어쩌면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광활한 공간을 살아온 존재일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사고와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그들이 지금의 지구와 연결된 듯하면서도, 그 너머의 무언가를 향해 열려 있는 존재처럼 느껴져."


카이가 엠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과거의 지구'와 '미래의 우주'를 연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블랙홀을 통과한 존재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겐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우주의 시간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중일지도 모르지."


엠마는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결국 지구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우리처럼 시간에 갇혀 사는 인간들에게 우주와의 연결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거지. 지구의 기억을 되살리고 우주와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안내자 같은 존재로."


카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와 달리 그들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 같아. 마치 블랙홀 속을 통과하면서 시간을 초월한 어떤 경험을 가지고, 그 경험을 지구에 전하려는 느낌이랄까."


엠마는 그가 말한 시간의 초월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 보며 말했다. "그러면 결국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은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어떤 특별한 '지구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일 수도 있겠네. 그들이 우리에게 그들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우리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지구의 비밀이나 우주와의 연결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카이는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맞아, 그들의 존재 자체가 지구와 우주를 잇는 다리 같아.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 갇혀 살면서 놓치고 있던 우주의 파동과 교감하는 법을 그들이 무언가로 보여주는지도 몰라."


엠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이의 말을 받아들였다. "맞아. 그들은 우리가 잊고 있던 지구와 우주의 관계, 그리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의 방식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듯해. 지구에서 머무는 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할 우주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카이는 그들을 향한 깊은 존경과 이해의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이제야 조금 그들이 지구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했던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을 그들은 넘어서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들이 블랙홀을 통과해 과거로 돌아온 존재라면, 우리는 그들과 함께 지구의 기억을, 그리고 미래의 우주를 함께 탐구해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들은 우주의 무한한 신비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이 마치 그들의 세계와 그 너머의 우주를 연결해 주는 존재로, 제로의 시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엠마와 카이는 차분히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에 잠겼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배경으로 그들의 대화는 더욱 깊어져 갔다.

카이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때론 그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도 깊고 신비로워서,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어. 마치 그 너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떤 진실이 있는 것처럼."


엠마는 그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들의 눈빛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세상의 것이 아니야.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카이는 엠마의 말을 곱씹으며 대답했다. "어쩌면 그 비밀이 우리가 잊고 있던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일지도 몰라. 우리 인간은 늘 시간에 따라 규정된 삶을 살아가잖아.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에 갇혀 있는 존재로. 하지만 그들은 그런 시간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고, 그 순간에 머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 같아."


엠마는 그제야 무언가 깨달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에게 배우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들은 시간이라는 틀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 있는 거야. 그게 바로 지구의 기억을 간직한 자들이 보여주는 힘이 아닐까?"


카이는 엠마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어쩌면 우리는 그 아이들 덕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시간을 넘나드는 그들의 감각과 이해 방식이 제로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했던 가르침이라면, 그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으로 적응한 첫 번째 존재들이 아닐까?"


엠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아이들이 지닌 특별한 감각을 통해, 우리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고 있는 거겠지. 과거를 벗어났으면서도, 여전히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존재로서 말이야."


카이는 그 말을 듣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듯 말했다. "그래, 그들이 보여주는 길이 우리의 미래를 향한 답이라면, 우린 그들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야겠지. 단순히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지구와 우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진정한 생명체로써 말이야."


엠마는 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제로의 시대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실험이겠네. 우주를 바라보면서도 지구와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창조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과 본질을 되찾는 과정이겠지."


그들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이 보여주는 세계가 단순히 다른 차원이 아니라, 그들이 이끄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이해한 그 순간, 그들의 내면은 우주의 깊은 평온으로 가득 찼다. '제로의 시대'는 결국 그들이 지구와 우주, 그리고 시간을 연결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로 묶어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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