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성 이봉희 Dec 16. 2024

[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


옛날 아주 먼 옛날, 한 깊은 산속에 외딴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늘 하늘을 향해 기도하며 살아가는 현자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를 "거울의 지혜자"라고 불렀다. 그는 마을 한가운데 세워진 커다란 은빛 거울 앞에서 항상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이 거울은 단순한 거울이 아닙니다. 이 거울은 세상의 진리를 담고 있지요. 하지만 진리를 보기 위해선 마음의 눈을 열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치니 그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항상 무언가 달라 보였다. 어떤 이는 자신이 아주 늙고 지친 모습으로 보였고, 어떤 이는 화려한 옷을 입은 왕처럼 비쳤다. 사람마다 비치는 모습이 달라, 사람들은 이 거울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날, 마을에 한 젊은이가 찾아왔다. 그는 여행자였고, 세상의 비밀을 찾아 떠돌고 있었다. 젊은이는 거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지혜자를 찾아갔다.


"거울의 지혜자님, 이 거울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제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이 저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지혜자는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젊은이여, 이 거울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거울이 그대의 마음을 비춘다는 사실일세. 그대가 화가 나 있으면 거울은 어두운 그림자를 비출 것이고, 그대가 기쁨에 차 있다면 거울은 빛나는 미소를 보여줄 것이네."


젊은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 거울이 내게 보여주는 낯선 모습은 제 마음의 반영입니까? 저는 어째서 제 모습을 바꿀 수 없는 걸까요?"


지혜자는 손가락으로 거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울을 바꾸려고 해 봤자 헛수고일세. 거울은 그저 비출 뿐, 스스로 변하지 않으니. 하지만 그대의 마음을 바꾸면, 거울 속 세상은 변할 것이네. 세상을 고치려 하지 말고, 먼저 그대의 마음을 고치게."


그 말을 들은 젊은이는 거울 앞에 앉아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낯선 자신의 모습이 두려웠지만, 점점 그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평온한 마음을 가지면 거울 속 모습도 차분해지고, 자신이 분노하면 거울 속 세상도 폭풍처럼 흔들렸다.


시간이 지나 젊은이는 깨달음을 얻었다. 거울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변할 때마다, 거울 속 세상도 함께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거울 앞에서 머물지 않고, 산을 내려가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만나는 이들에게 말했다.


"거울을 바꾸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을 바꾸십시오. 그러면 세상은 자연히 변할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세상에 퍼져 나갔고, 사람들은 비로소 거울의 지혜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사람들은 거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마을은 더 이상 외딴곳이 아니라, 지혜와 평화로 가득 찬 곳이 되었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