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겨울의 딸, 봄의 여신(2편)
1장: 겨울의 딸, 봄의 여신 (2편)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지하세계의 차가운 돌길을 따라 걸었다. 페레타는 오랜만에 느끼는 이 활기를 스스로도 의아하게 여겼다. 하데스의 세계에서 그녀는 그저 겨울의 딸, 납치된 신부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목적이 생긴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더 단단해졌다.
“너는 지하세계에서 나를 찾아올 정도로 용기가 있구나,” 페레타가 말하며 마가레타를 힐끗 쳐다봤다. “하데스가 널 용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마가레타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하데스는 나에게 관심이 없어. 그는 지금 자신의 권력에 취해 너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겠지. 너만 이곳에서 벗어나면 그도 깨닫게 될 거야. 그동안 그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페레타는 그의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 “하데스가 어리석다고? 그는 나를 여기 가둔 유일한 존재야. 그리고 그가 나를 가둔 것은 그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여기서 벗어날 거야,” 마가레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 불가해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동안, 지하세계의 공기가 점점 더 묵직해지는 듯했다. 페레타는 지상의 따스한 바람과 생기 넘치는 꽃들이 그리워졌다. 그녀의 발밑에 있는 돌들은 단단했지만, 그녀의 내면은 지금 깨어나고 있었다.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지?” 페레타가 물었다.
마가레타는 잠시 멈춰 섰다. 그의 손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한 줄기 서리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 자라나 복잡한 문양을 그렸다. 문양이 완성되자, 눈앞에 고대의 문처럼 보이는 거대한 얼음 문이 나타났다.
“이 문을 지나야 해,” 마가레타가 말했다. “하지만 이 문은 단순히 길을 여는 역할이 아니야. 네가 지하세계를 떠나기로 한 결심이 진실한지 시험할 거야.”
페레타는 얼음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차갑고 거대하며, 그녀가 지닌 의지의 무게를 시험하려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내가 지나가야 한다면, 지나가겠다,”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마가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이 문을 지나면 네 과거의 모든 그림자와 마주하게 될 거야. 그것이 네 힘을 꺾으려 할 수도 있고, 너를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지.”
페레타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녀의 과거는 쓰라리고 어두웠다. 그녀가 처음 지하세계에 끌려왔을 때 느꼈던 공포와 절망은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둠을 이겨내야만 했다.
그녀는 문 앞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차가운 얼음의 감촉이 그녀의 손끝에 닿자, 문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면서 그녀는 갑작스러운 현기증을 느꼈다. 빛과 어둠이 뒤섞인 세계가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 안에는 그녀의 과거가 있었다.
어린 페레타는 들판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데메테르가 서 있었고, 그녀는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들판은 갑작스레 갈라졌다. 하데스가 타고 온 어두운 전차가 땅을 가르며 나타났다. 페레타는 도망치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자신이 공포에 질려 하데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네 과거일 뿐이야,” 마가레타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의 너는 그때의 소녀가 아니야. 이걸 넘어야 지상으로 갈 수 있어.”
페레타는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과거의 자신이 하데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더 이상 그 소녀가 아니야. 나는 봄의 여신이고, 지상의 생명을 지키는 존재야.”
그 순간, 과거의 환영은 산산조각이 나듯 사라졌다. 그녀 앞에 열려 있던 얼음 문 너머로 따스한 빛이 흘러들어왔다. 페레타는 깊은숨을 내쉬며 문을 지나쳤다.
마가레타는 그녀의 뒤를 따라오며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이제 우리는 지상으로 나가야 해.”
지하세계를 벗어난 그 순간, 페레타는 오랜만에 따뜻한 공기를 느꼈다. 겨울의 차가움은 그녀를 붙잡고 있었지만, 봄의 희망이 그녀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이든과 카세포라, 봉휘를 만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지키겠다. 내 봄과 지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