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겨울의 딸, 봄의 여신(1편)
1장:겨울의 딸, 봄의 여신 (1편)
페레타는 마가레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얀 눈발이 흩날리는 것 같은 그의 존재감은 지하세계의 어둠과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빛을 띠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관찰하더니 무겁게 말을 이었다.
“너의 계절은 이제 위태로워. 새로운 신들은 봄의 생명을 지배하려 하고 있어.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물며 기다릴 수만은 없을 거야.”
페레타는 그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매년 지상으로 돌아가야만 세상이 다시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 지상의 생명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위협할 새로운 신들이라니... 믿기 어려웠다.
“내 자리를 탐내는 신들이라니,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나는 그들을 들어본 적도 없다,” 페레타가 단호히 말했다.
마가레타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손끝에서 차갑게 빛나는 얼음 결정들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환영처럼 움직였다. 그 속에서 다른 신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이든, 숲의 여신. 그녀는 인간들이 자연을 망가뜨린 것에 분노하며 새로운 생명의 질서를 세우려 한다. 카세포라, 별자리의 여신은 밤하늘의 별들로 인간의 운명을 바꾸려 하고 있다. 봉휘, 불의 신은 인간 세계를 심판하기 위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준비를 하고 있지.”
페레타는 그 환영들을 보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지상에 머물지 못하면 그들의 세계가 완전히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가레타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네 목적은 무엇이지? 왜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거야?”
마가레타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는 듯했다. 그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너를 돕고 싶다. 나 또한 지상 세계가 균형을 잃는 것을 원치 않아. 나의 설원도, 네 봄도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그들은 너를 대신할 새로운 봄을 만들어낼 거야.”
페레타는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하데스의 세계에 오래 머물며 그녀의 마음은 닫혀 있었지만, 지금 마가레타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상 세계가 위험에 처했다면, 그녀는 그곳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었다.
“좋아, 네 말을 믿어보기로 하지. 하지만 이 싸움은 쉬운 일이 아닐 거야. 내가 네 도움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우리 둘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몰라.”
마가레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나도 너와 함께할 동료들을 찾아 나설 거야. 이 싸움은 단순히 신들 간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과 신 모두의 운명을 건 일이 될 테니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페레타의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자라났다. 그녀는 오랜 시간 지하세계에 갇혀 자신이 가진 힘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힘을 다시 찾아내야 했다.
“그럼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줘,” 페레타가 말했다.
마가레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첫 번째로 가야 할 곳은 숲이야. 이든을 찾아야 해. 그녀가 너의 적인지, 아니면 동료가 될 수 있을지는 직접 만나야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해서,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지하세계의 음습한 공기를 뚫고,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준비를 마친 그들은 새로운 신들의 등장과 인간 세계의 위협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봄의 여신이 마침내 다시 세상을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