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겨울의 딸, 봄의 여신
소설 [페레타]
세상은 변화를 두려워했지만, 그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아왔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신화와 전설은 변화를 설명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이었다. 그런 이야기는 구전으로, 예술로, 혹은 소설로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신들이 인간계에 내려와 겪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페레타, 마가레타, 이든, 카세포라, 봉휘... 각기 다른 성격과 목적을 지닌 신들이 인간 세계에서 벌이는 복잡한 교류와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의외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1장: 겨울의 딸, 봄의 여신
페레타는 지하세계에 앉아 있었다. 하데스의 거대한 왕좌 옆에 마련된 그녀의 자리는 마치 꽃이 없는 들판처럼 황량했다. 지하세계는 그녀의 마음을 반영하듯 늘 음습하고 고요했다. 그녀는 하데스의 음모로 인해 매년 이곳에 갇혀야 한다는 사실을 수없이 곱씹었지만, 이미 반항심은 무뎌진 지 오래였다. 그녀의 삶은 계절처럼 반복되었다. 봄과 여름엔 지상으로 올라가 꽃을 피우고, 가을과 겨울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죽음의 냉기를 견뎠다.
그러나 이번 해는 달랐다. 지상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그녀의 앞에 뜻밖의 존재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마가레타, 동유럽 전설 속에서 온 얼음의 신이었다. 마가레타는 자신의 영역인 설원에서 이상한 징조를 보았다며 페레타를 찾아왔다. "지상 세계가 무언가 이상하다, "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봄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페레타는 그의 말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은 거짓을 담고 있지 않았다.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녀가 물었다. "네가 하데스의 감옥에 있는 동안, 지상에선 새로운 신들이 등장하고 있어. 그들은 너의 자리를 탐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