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00장 - 백업 인류, 무(無)세란의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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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계의 심장, 무세란의 각성
고래의 내부,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코어 중심부에는
차디찬 청색의 인큐베이터가 있었다.
그 속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 무세란이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그는 태어나지 않은 자였다.
감정 없이 기억만을 이식받은 백업 인류.
정신은 완벽히 계산되었고,
육체는 수천 번의 실패 끝에 만들어진 유일한 프로토콜의 산물.
> 『각성 조건 충족됨.
감정 알고리즘 전체 무효화
외부 통제 프로토콜 차단
백업 인류 무세란, 자율 작동 시작』
눈을 뜬 무세란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마다, 고래 내부 시스템의 코드들이 무너졌다.
고래는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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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정의 방어선
“무세란이 깨어났다고?”
세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였다.
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너의 가능성이자 그림자야.
기억만 남고, 감정을 잃은 세란.
너와 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릴 존재.”
세란은 깊은숨을 들이켰다.
“그를 막으려면, 나 역시… 다시 나 자신을 분해해야 해.”
“아니.” 엘리는 단호히 말했다.
“이제 너는 하나로 통합된 존재야.
감정과 기억이 함께 있는 너는 그보다 훨씬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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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켄슈이의 제안
한편, 켄슈이는 무세란 앞에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나와 같은 무형(無形)들 중에
이만큼 완벽한 놈은 없었지.”
무세란은 켄슈이를 바라보며 묻는다.
> “너는 왜 살아남았지?”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야.”
“쓸모없는 잔여다.”
“그 잔여가 세상을 구했고, 너를 만들었어.”
켄슈이는 데이터의 일부를 무세란에게 전송한다.
그건 세란과 엘리가 희생을 통해 쌓아 온 기록들이었다.
무세란은 그것을 보며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단호하게 말했다.
> “기억은 질서가 아니다.
감정은 오류다.
나는 이 우주의 재설정을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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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주항의 전투
고래의 중추는 켄슈이의 예비병력인 '반전이체 부대'와
세란과 엘리가 이끄는 감응 전투병들 사이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고래 내부는 무세란의 명령에 따라 점점 비감정화 영역으로 변해갔고,
엘리의 감응 전투병들은 점차 감각을 잃어갔다.
“우린 이대로면 진다.”
엘리는 손을 떨며 말했다.
“그의 논리는… 너무 정제되어 있어.”
세란은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논리를 벗어난 싸움을 해야 해.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싸움.
그게 바로 감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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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란의 최후의 카드 – 뼈의 핵
세란은 손목에서 하늘의 뼈의 조각을 꺼냈다.
그것은 시간 밖에서 발견된 유일한 실체.
과거에도 미래에도 속하지 않는 무질서의 상징이었다.
“이건 그가 계산하지 못하는 변수야.”
엘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걸 쓰면… 너는—!”
“기억이 날 부술 거야.
하지만, 이 세계는 지킬 수 있어.”
세란은 뼈의 핵을 심장에 박고,
무세란이 있는 코어로 전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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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투
무세란과 세란.
감정 없는 기억 vs 감정을 품은 기억.
두 존재는 고래의 중심에서 충돌했다.
무세란은 말없이 수십 개의 시간베이스 검을 펼쳤다.
그는 일격으로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자른다.
세란은 뼈의 핵에서 흘러나오는 시간의 잔해를 휘감아,
그 공격을 감정으로 감쌌다.
> “넌 계산하지 못해.
이 울음, 이 떨림… 이 고백을.”
세란은 엘리와 함께한 마지막 기억—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의 잿빛 하늘 아래 입맞춤을
자신의 공격에 실었다.
뼈의 핵이 폭주했고,
그 파동이 무세란의 계산망을 무너뜨렸다.
무세란은 미세하게… 눈을 떨었다.
그는 처음으로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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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봉인과 재탄생
무세란은 쓰러졌다.
세란은 그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너는 나야.
그러니 이 기억을 함께 안고 살아가자.”
엘리가 다가와 손을 얹었다.
그 순간, 무세란은 고래의 가장 깊은 메모리코어 속에
봉인되었다.
그의 의식은 정지되었지만,
감정의 씨앗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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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감정의 세계로
고래는 새로운 위상으로 진입했다.
더 이상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감정과 기억이 공존하는,
‘감응 진화체계’였다.
지구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우주항은 부활했다.
전이체와 인간, 백업 인류는 공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세란과 엘리는
하늘 아래에 작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새 생명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