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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우 Feb 14. 2023

동네 뜰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것들

새삼스레

홈플러스, 이마트, 디오니스토어를 전전하며

  오전 11시쯤, 일요일에 있을 홈파티를 위해 장을 보러 집을 나섰다. 분명 일요일은 3일이나 남은 걸 알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이 움직여버린 거다. 칵테일을 위해 리큐르, 과일 주스 같은 걸 사려는데 찾는 게 한 곳에 없어서 시내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했다. 2시간여 장을 보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은 동기를 만났다. 동기가 블로그에 올린 휘낭시에가 맛있어 보여서 간다고 말하고 찾아간 거다. 살면서 휘낭시에를 처음 먹어본 날. 이런 맛이었구나. 파운드케이크가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했다.


홈파티 전야제

  홈파티에 참석하지 못하는 친구가 아쉬워해서, 따로 불러 칵테일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만난 날. '프렌치키스'랑 '엑스선라이즈'를 해 줬는데, 몇 번 더 만들어 보고 난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맛이 없게 만들어 준 것 같다. 회를 먹고 싶다고 1달 전부터 노래를 불러서 회를 먹었다. 같이 시킨 히토마끼?가 아주 맛있었다. 적당히 먹다가 옆집 친구도 불러서 셋이 먹었다. 새벽 다섯 시가 돼서야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씻고 누웠는데 별안간 서로 '산책 고?'라고 카톡을 했고, 소위 '산책 치킨게임'이 시작되고 말았다. 우리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각자 집에서 나와 새벽 5시 30분에 뜬금없는 캠퍼스 산책을 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생네컷도 찍었다. 인스타 스토리 올린 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서 사진을 찍는 '갓생러'로 오해를 하는 재미있는 해프닝도 생겼다. 낭만이 그득했던 밤.


위대한 15학번

  대망의 홈파티. 원래 4명 정도만 해서 집에서 작게 칵테일을 마시려고 했는데 입소문이 나서 9명으로 늘었다. 도저히 원룸에서 진행하기 힘들 것 같아서 급하게 파티룸을 예약하고 회비도 걷었다. 급하게 구한 것 치고는 파티룸 퀄리티가 너무 좋았다. 여길 졸업할 때 알다니 .. 코앞에 있었는데 .. 아무튼, 지난 시간이 어땠든 이 공간을 떠나기 아쉽게 하는 사람들이다.

타닥타닥

  2차 갈 사람들은 우리 집으로 왔다. 그래봐야 1명만 빠진 거라 여전히 아주 많았다. 그냥 다들 바닥에 널브러져서 쉬다가 갔다. 유튜브로 장작 타는 영상을 틀어 놓고 방 가운데에 둔 다음, 캠프파이어도 했다. 기타도 치고 .. 낭만이 가득했다.


군산 비응항

  이날 저녁은 옆집 친구와 학과 후배를 만났다. 양식집에 갔는데 필라프에서 정말 신기한 맛이 났다. 밥 먹고 간 카페에서 먹은 디저트가 맛있었다. 배가 고팠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집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대접한 후 군산 비응항으로 바다를 보러 갔다. 오는 길에 잔나비 팬인 후배랑 잔나비 얘기를 신나게 했다. 역시 잔나비는 그룹사운드를 넘어선 하나의 장르이다.


ACC '좀비주의' 관람 후 그린 좀비 그림. 좌측부터 나, 강인, 현주의 작품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 사실 지금부터 쓸 내용을 이날 만난 두 사람에게 아이패드로 일기를 쓴 다음 캡처해서 보내주려 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그냥 브런치에 쓰기로 했다.

  오늘 테마는 <어쩌라고> 크루의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임방울대로변에서 3시 15분쯤 만나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향했다. '좀비주의', '원초적 비디오', '사유정원' 세 가지 전시를 봤다. '좀비주의'는 아주 심오해서 '내가 전시회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원초적 비디오'는 비디오 가게를 모티브로 한 듯한 테마라서 재밌었다. 비디오들을 보며 우리는 예전에 비디오를 본 후 꼭 해야 했던 '쾌청'을 떠올렸다. '사유정원'은 정말 사유를 끊임없이 하게 해 주는 정원이었던 것 같다. 초입부터 '무한', '모나드'에 대한 이야기에 압도를 당했다. 그리고 달빛향, 도넛, 0=1 ... 재밌었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서둘러 나와서 동명동으로 향했다. 크림순대국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웨이팅이 있어서 오래 기다릴 것 같았기에 빠져나와 원래 가려고 했던 삼겹김치찜 집을 갔다. 맛있게 먹고, 연극을 보기 위해 상무지구로 갔다. 시작 시간인 7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아래 카페에 앉아 있다가, 15분 남았을 때 극장으로 향했다. 강인이랑 현주가 동창할인을 받기 위해 10년도 더 된 듯한 사진을 매표소 직원에게 보여주는데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게 너무 웃겼다. 나도 '여긴 매표소 직원이 제일 재밌겠다.'라고 거들었다. 3분의 1 정도 찬 극장에서 연극이 시작됐다. 사실 정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로코 .. ? 여자친구랑 오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랑 로코 연극을 보러 온 것도 그렇고, <빨래>로 관극에 대한 허들을 높여 놓았기 때문에 기대가 안 됐다. 처음 10분 정도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나도 모르게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며 관극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클로징 멘트가 참 좋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첫돌, 첫 등교, 첫사랑, 첫 키스. 그런 처음의 아련함을 떠올려 보시라.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 정도의 멘트였던 것 같다. 맞는 말이라 슬쩍 옆에 있는 강인이랑 현주를 쳐다보고 못 본 척했다. 끝나고 배우 분들과 포토 타임이 있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너무 즐겁게 잘 봤어요.'라고 인사를 하고, 찍고 나서도 감사하다고 배꼽인사를 했다.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의 멋진 연기를 봤다.

연극 <리미트> 배우 분들과 함께!

  전주로 다시 올라오는 길에, 오늘을 돌아봤다. 광주에 내려가던 나는 뭔가 심술이 나 있었다. 최근 여행 계획을 짜며 생긴 친구들과의 보이지 않는 불화로 인해 시작부터 유쾌하지 않은 여행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다운이 돼서, 우리 <어쩌라고> 친구들한테 피해가 갈까 봐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도 하고 걱정을 하며 내려왔다. 너무도 감사하게도 그들은 내게 너무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 주었다. 덕분에 행복했고,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아프지 마 오포티지야 ..

  요새 엑셀러레이터를 밟아도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가 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가까운 오토큐에 방문했다. 작년에 교환했을 때보다 가격이 더 올라 있어서 손이 떨렸다. 그리고 내기 모드로 공조를 하면 이상한 냄새가 나서 에어컨 필터도 같이 갈았는데 순식간에 20만 원을 결제했다.

  저녁에는 17학번 후배가 마라탕을 사 주겠다며 15학번 둘을 불러낸 자리가 있었다. 사실 나는 없었던 자린데, 기꺼이 후배님께서 불러 주셨기에 나갈 수 있었다. 마라탕이라는 음식도 2018년에 마지막으로 먹어봤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다. '아, 이런 맛이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먹었다. 정말 헤비한 음식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유머가 있는 계란빵

  마라탕을 먹고, 배가 불러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을 하는 길에 와플을 먹었다. 나는 도저히 배가 불러서 못 먹었다. 덕진공원을 걷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모습은 변해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내 모습은 그대로였다. 신기했다. 아주 위험했던 흔들 다리는 조명으로 빛나는 예쁜 돌다리가 됐고, 다소 투박했던 거리에는 쉴 수 있는 팔각정이 여러 개 생겨서 따뜻해졌다. 그런데도 내가 기억하고 있고, 기억하고 싶은 공원의 모습은 예전의 것들로 가득했다. 공원을 지나쳐서 캠퍼스 안으로 들어왔다. 건지광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10~11월쯤 혼자서 금목서 향을 맡았었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이제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때도 함께할 사람이 있었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그러지 못했기에 지금 누릴 수 있는 기쁨에 감사했다.

휴가 나온 오진우가 아니다.

  산책이 끝나고, 포켓볼을 쳤다. 몇 년 만에 치는 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에 쳤는데, 우리 실력에 수없이 탄복했다. 어이가 없었다. 게임이 끝나지를 않았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험한 말이 오가는 것이 가히 진풍경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표현하고 있다.

  포켓볼을 치고 나서, 간단하게 한 잔을 하고 싶어서 상추튀김을 포장해서 우리 집에서 하이볼을 만들어 먹었다.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역시 행복한 날이었다.


  저녁 약속 전에 할 게 없어서 누워있다가, 문득 내가 입직하기 전에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바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네이버에 검색해 본 '갈 만한 국내 여행지' 대부분 내가 가 본 곳들이었다.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당연히 렌트를 하려고 했는데, 당장 일주일도 남지 않아서인지 예약 가능한 차종이 전기차를 제외하면 별로 없었다. 남은 게 그랜저밖에 없었고, 보험료를 포함하면 40만 원이 넘었다. 그런데 선박을 이용해서 자차를 가지고 가면, 선적 비용이 그것보다 쌌기 때문에 그냥 배를 타기로 했다. 배편은 끝났고, 숙소를 예약했다. 아무래도 혼자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기로 했다. 둘째 날은 호텔을 예약했다. 한라산에 등반하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먼저 가 본 친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숙소랑 배편 예약이 끝났으니, 이제 안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구체적인 식당이나 카페도 차차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6시에 강인이랑 보미를 만났다. 강인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데리러 갔다. 어제 강인이를 심하게 놀리는 바람에, 강인이의 마음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점수를 따기 위해서 간 것도 맞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무튼 원래 시내에 있는 수제맥주 가게에 가기로 했는데, 나의 반대로 인해 구정문에 있는 시장골목집에 갔다. 엄청난 양의 안주와 함께 술을 마셨다. 어느 정도 먹다가 배가 불러서 노래방 1시간을 했다. 하고 나오니까 지쳐서, 간단하게 이자카야 같은 걸 가자고 했는데 그럴 바엔 그냥 우리 집에 가서 하이볼을 먹자고 해서 또 집에 갔다.


  어제 자기 전에 맛있는 중국집 볶음밥이 먹고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다가 어디에 옛날식 볶음밥을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픈 시간에 맞춰서 출발했다. 내가 첫 손님인 듯했다. 먼저 나온 김치를 먹어 보니까 맛있었다. 혼자 왔는데도 양파도 엄청 많이 주셔서 놀랐다. 그리고 짬뽕 국물에도 오징어, 홍합 등 해물이 들어가 있어서 신기했다. 볶음밥을 시키면 그냥 국물만 주는 줄 알았는데. 볶음밥이 나왔는데,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맛있었다. 조금 남겨서 죄송할 정도로.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가서 쉬었다.

  그리고 2시쯤에 친구가 온다고 했는데, 안 오길래 혹시 또 길을 잃었나 전화를 했는데 역시 길을 잃고 뜻밖의 여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 친구는 예전에도 우리 집 들어오는 골목을 못 찾아서 시내 한 바퀴를 돌고 오느라 30분 일찍 왔지만 30분 지각을 했다. 오늘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을 해서, 바로 소양에 있는 카페에 갔다. 대형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그 앞에 있는 비교적 작은 찻집에 갔다. 쌍화탕 내음이 진동하는 정겨운 카페였다. 거기서 쌓인 이야기들을 하고, 다다음주에 있을 여행 계획에 대해 토의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와서, 밖으로 나가서 먹지 않고 그냥 시켜 먹었다. 먹으면서 유튜브를 봤다. 다 먹고 난 후 각자 게임을 하는 걸 구경하면서 훈수를 뒀다. 잘 시간이 돼서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다시 게임을 한 판 했는데 또 져서 총 4연패를 기록한 채로 잠에 들어야 했다.


  11시에 친구랑 같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나는 앞머리만 잘랐다. 그리고 12시에 동기들 + 지형이랑 맛있는 국밥집에 갔다. 역시나 맛있었다. 여길 올해 처음 알게 된 것이 아주 억울하다. 전주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가야겠다. 지형이에게 이 식당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고기 70%를 남긴 것 같지만) 맛있게 먹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지형이는 일정이 있어서 갔고, 동기들과 어디에 갈지 고민하다가 맥도날드가 보여서 '저기나 가죠?'라고 해서 거길 갔다. 소프트 콘을 하나씩 시켜서 3시간 정도 죽치고 있다가 일어났다. 동기들을 집에 데려다주는데 미세먼지가 정말 심했다. 그리고 기헌이가 교육학 책을, 영찬이가 중세국어 책을 하사했다. 선생님들 .. 제가 갑니다 기다리세요.


  제주도 여행 계획을 짰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 예약을 했다. 예약 불가였는데, 한 30분 정도 새로고침을 하니까 자리가 나서 재빨리 예약을 했다. 장비 대여해 주는 업체 위치가 공항에 있고, 숙소는 월정리에 있고, 주차장은 제주대학교 쪽에 있는 아주 복잡한 상황에서 30분 정도 고민을 했다. 그래서 원래 둘째 날 숙소를 서귀포로 잡았었는데, 취소하고 제주시로 다시 잡았다. 한라산 등반을 위해서 장갑이랑 넥워머+모자도 샀다. 정상까지 다리가 버텨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꼭 해 보고 싶어서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계획을 다 짜고, 저녁 약속 전에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지형이한테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보는 후배와 함께 있는 자리에 오겠냐는 연락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축하하고 싶기도 하고, 덕담(?)도 해 주고 싶었고, 치아 건강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기에 어색함을 무릅쓰고 가겠다고 했다. 예전에도 톡톡 튀는 매력이 있는 친구였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보니 더 빛나 보였다.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 걸까? 조만간 인터파크 티켓이나 티켓링크에서 볼 수 있겠다고, 진심을 다해서 축하를 했는데 전해졌을지 모르겠다. 뮤지컬 회전문을 돌던 지난 해가 생각이 나서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사인을 받아둘 걸 그랬다. 그의 앞으로의 모든 길을 응원한다.

  그리고 영찬, 지형, 지민이와 모임을 했다. 사실 영찬이랑 잠깐 멀어졌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팔로우를 끊었었다. 근데 애초에 다시 안 볼 생각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둘 사이의 오해를 풀었기 때문에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또, 마침 내 근무지랑 가까워져서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어서 좋다. 멀어졌다면 내가 너무 슬펐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한 턱 낸다고 불러줘서 행복했다.

  1차가 끝나고, 인생네컷을 찍은 후 2차로 펍에 갔다. 과연 그 펍의 피자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결국 그 산지(?)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맛있었고 즐거웠다. 피치크러시가 내가 만든 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있어서 질투가 날 정도였다. 다음에는 반드시 복숭아를 넣어서 만들어봐야지. 서로 이상형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의미 없는 듯 있는 듯한 대화를 했다. 그리고 지형이가 갑자기 18분(6분 x 3명) 자고 일어났다. 여기만 오면 잠이 온다며 .. 근데 신기하게 나도 중간에 엄청 졸렸다. 적당한 조도, 적당한 음악 소리, 적당히 편안한 의자가 너무 매력적인 곳. 왜 자주 가지 않았을까.



  '동네 뜰 때 되니까 좋은 게 보이네.'

  요새 입에 붙은 말이다. 2015년부터 2023년. 중간에 빈 시간도 많지만, 참 오랜 시간 동안 이 공간에 있었다. 내 20대와 함께해 준 공간이라 그런지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감히 생각건대, 요새 자주 보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여기에서의 생활의 끝맺음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보름마다 브런치를 쓰며, 글감을 찾기 위해 사진첩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행복한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서 떠야 한다니. 여기에서 쓰는 마지막 글을 빌려서, 나와 함께했던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한다. 넘치게 행복하게 해 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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