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업은 내게 ‘사람’을 남겼다
10년 전쯤 지인의 부탁으로 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은 있다. 하지만 영어의 기본 개념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학교 시험은 100점 맞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는 영어를 가르쳐본 적도 없었고 영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은 내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한국어나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영어가 직업이 될 거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청주에 이사를 하고 얼마 안 되어 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 한 분이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해요? 저는 잘 안되더라고요.’라고 하시길래 ‘그럼, 제가 도와드릴까요?’ 말씀드린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아직까지도 내게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본 적은 없지만 짧은 한국어를 가르쳐본 경험을 비추어볼 때 아이들과의 유대를 갖기란 한계가 있다. 내가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부각이 되고 아이들 개개인보다는 담임 선생님이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영어 과외 수업을 시작할 때 대상을 성인으로 한정시켰는데 그 이유는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접하지 않고 어학연수 때 문법 공부를 먼저 시작한 경험으로 어느 정도 알파벳과 많은 단어, 문법을 학창 시절에 배웠지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이후에 어렴풋이 아는 수준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카페에서 영어 과외 수업을 하다가 공간을 얻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수강생을 모집했다. 블로그와 인스타를 통해 홍보했는데 정말 블로그로, 인스타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영어 수업의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으므로 내가 공부했던 책들을 살펴보고 수업 자료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다행히 시중에는 넘쳐날 정도로 많은 영어 자료가 있기 때문에 나한테 맞는 좋은 자료를 잘 선택해서 만들면 되니 편리했다.
처음의 인연은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분은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지인과 함께 영어 수업을 들었고 나를 포함한 4명은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지역도 다 달랐지만 ‘친구’가 되었다. 나는 참 인복이 많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청주에서 선뜻 나에게 손 내밀어 주었던 이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야구장에 초대해줘서 함께 가서 응원하고, 한 두 달에 한 번씩 영어 수업 대신 밖에서 외식을 하며 친해졌다.
이분들 뿐만 아니다. 매주 1회였지만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함께 보다 보니 수강생들과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로, 언니 동생으로 말이다. 예상치 못하게 아껴주시고 사랑을 주셨다. 이런 관계를 갖는 것은 개인적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가끔 연락이 오기도 하다. 부담스러울까 봐 먼저 연락은 못하는데 가끔 나도 우리 수강생분들 생각이 생각이 많이 난다.
영어 수업은 내게 ‘사람’을 남겼다.